미국 현직 대통령 사상 첫 ‘방북’… 김정은 “분계선 넘은 건 과거 청산 의미”
남북미 정상 역사적 첫 만남… 문 대통령 “한반도 평화 큰 고개 넘었다”
66년을 기다렸다. 1953년 정전선언 뒤 적대해 온 북미 정상이 처음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만나 ‘평화의 악수’를 나눴다. ‘하노이 노딜’ 뒤 중단됐던 북미 간 대화도 재개될 전망이다. 차기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 협상 착수에 두 정상이 합의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30일 오후 3시 46분 판문점 군사분계선(MDL) 앞에서 만나 손을 잡았다. 역사적 악수였다. 이내 트럼프 대통령은 MDL을 넘어 북한 땅을 밟았다. 현직 미 대통령으로는 처음이었다. 두 정상은 함께 북측으로 20걸음 걸어간 뒤 판문각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김 위원장은 “분계선을 넘은 것은 다시 말하면 좋지 않은 과거를 청산하고 앞으로 좋은 앞날을 개척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남다른 용단”이라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몇 년간 우리는 많은 진전을 이뤄냈다. 훌륭한 우정을 갖고 있고 만남이 성사돼 기쁘다”고 화답했다.
둘은 오후 3시 51분 판문점 남측으로 넘어와 문재인 대통령과도 함께 대화했다. 남북미 3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것도 분단 뒤 처음이다. 북미 정상은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으로 이동해 오후 3시 59분부터 4시 52분까지 53분 동안 단독 약식 회담을 가졌다. 사실상 3차 북미 정상회담이었다.
북미 정상의 상호 신뢰를 재확인하는 자리였던 이날 회동은 차기 북미 정상회담의 디딤돌이 된 만남이기도 했다. 회담 뒤 기자들 앞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주도로 2~3주간 실무팀을 구성해 협상하겠다”며 “우리는 각각 대표를 지정해 포괄적인 협상과 합의를 하겠다는 데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계도 없지 않다. 준비 기간이 하루에 불과한 전격 회동이었기 때문이다. 입장 차를 좁힐 만한 구체적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회담 직후 “오바마 정권 말기, 제 취임 초기에는 핵 실험이 계속됐다”고 강조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내 여론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둘 다 대내 홍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