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무역 문제 언급 안 해… 한국자동차 징벌적 관세 면제 시사도

우려했던 ‘화웨이 청구서’는 등장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국내 대기업 총수간 회동에서 혹시나 했던 화웨이 제재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나오지 않으면서 재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가진 한국 대기업 총수들과 간담회는 예상 외로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
당초 이날 회동을 앞두고 재계에는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미중 간 무역분쟁에 따라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반 화웨이 동맹’에 동참할 것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 화웨이와 거래를 하는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한화테크윈 등으로 이날 회동에 참석한 대기업의 계열사들이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전날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앞으로 합의를 이뤄야 할 무역회담과 관련한 좋은 대화를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나눴다”며 “시 주석은 굉장히 영리하고 똑똑하다. 미국도 굉장히 좋아하는 분”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은 굉장히 중요했다. 지금 중국과 미국은 무역협상을 계속 이어왔다. 불행하고 안타깝게도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과정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다시 미ㆍ중 협상은 정상궤도로 복귀했다”고 덧붙였다. 대중 무역 문제와 관련한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으며, 당연히 화웨이 사태와 관련된 이야기도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화웨이 언급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들을 “정말 훌륭한 ‘비즈니스 지니어스(사업 천재)”라고 추켜세우며 대미 투자에 감사를 표하고, 대미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자동차에 대한 징벌적 관세 면제도 시사했다. 그는 “한미 양국은 공정하지 못했던 부분, 무역관계에서 균형되지 않았던 부분을 맞춰가는데 노력해왔고 계속 균형을 맞춰 나가고 있다”며 “농산물·의약품·자동차 등 여러 분야에서 호혜적 무역협정을 체결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더 공정한 무역증진 방안을 계속 논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동맹은 전례 없는 굳건한 관계를 자랑하고 유지하고 있으며, 튼튼하고 굳건한 경제 관계를 강화해 왔다. 굉장히 좋게 평가한다”며 “자동차 기업들에 대해서도 이를 적용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으로 한미 무역 불균형이 일부 해소됐다는 인식과 함께 한국 자동차 업체에 대한 징벌적 관세를 면제할 수 있다는 걸 시사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예상 외의 분위기에 대기업들은 대대적인 투자로 화답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3조6,000억 원 가량의 루이지애나 주 에틸렝 공장 설립 계획에 이어 “추가적인 대미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이날 회의 직후 “앞으로 미국 식품ㆍ유통 사업에 추가로 (최소) 10억 달러(약1조1,555억원)을 투자하겠다.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5년 미국 LA에 라면 공장을 세운 농심은 제 2공장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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