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어떤 얘기 오갔나]
최선희, 비건과 판문점 회동 포문… 향후 대미 협상은 외무성에 무게
김여정은 자유의집 앞에서 지켜봐… 남북미 경호원들 밀착 수행도 눈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판문점 회동에 정예 측근들을 대동했다. 다만 단독 정상회담에선 북미 중 미측 통역만 배석시킨 채 참모들 없이 트럼프 대통령과 48분간 밀담을 가져 비핵화와 보상을 놓고 어떤 얘기가 오갔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날 회담에는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제1부상 등 소수 핵심들만 참여했다. 반면 1, 2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수행단을 이끈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전 통일전선부장)은 이날 판문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향후 북한의 대미 협상을 통전부가 아닌 외무성이 맡을 거라는 관측이 이번에 사실로 나타난 셈이다.
정황상 최 제1부상이 앞으로도 대미 협상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을 공산이 크다. 최 제1부상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과 비무장지대(DMZ)에서 만나고 싶다”고 밝히자 “공식 제기를 받지 못했다”는 말로 화답하며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포문을 열었다. 북미 정상이 만나고 있는 동안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회담장 밖에서 약 5분간 대화하는 모습도 주변 관계자들에게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제1부상에 대한 김 위원장의 신임은 매우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기자들을 직접 상대하며 김 위원장 대변인처럼 활동했던 최 제1부상은 4월 ‘김정은 2기’ 체제 구성 시 외무성 제1부상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국무위원에도 올랐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 방문했을 땐 김 위원장 리무진에 동승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의전은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겸 당 부부장이 맡았다. 그간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 역할을 했던 여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도 동행했으나, 이번에는 군사분계선에서 다소 거리가 있는 자유의집 앞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을 지켜봤다.
경호 지휘는 김 위원장의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맡았다. 미 경호원들과 동선을 의논하고 북측 경호원들 자리 배치를 바꾸는 등 일찌감치 남측 자유의집 안팎에서 경호를 조율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 부장은 지난해 판문점 4ㆍ27 남북정상회담에서 의전ㆍ경호 관련 실무회담 대표단장을 맡았고, 올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에도 김 위원장의 숙소인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 먼저 도착해 의전과 경호를 준비한 바 있다.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 주변으로 인의 장막을 만드는 등 ‘밀착 경호’했던 경호원들도 다시 등장했다.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 앞에 등장하기 전부터 키가 크고 짧은 스포츠 머리를 한 북측 경호원들이 자유의집 안팎을 오가며 경호에 나섰다. 사전 조율 시간이 많지 않아 남북미 경호 인력 다수가 자주 뒤섞이는 모습이었으나, 북미 정상이 만날 당시 근접 경호는 소수 인원이 맡아 엄격하게 진행됐다.
통역으로 등장한 남성은 미 농구 선수 데니스 로드맨의 2017년 방북 당시 수행을 맡았던 인물인 것으로 파악된다.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 통역을 맡았던 신혜영은 보이지 않았다. 김 위원장 신임을 얻지 못해 교체된 것으로 보인다. 숙청설까지 돌고 있다. 하지만 새 통역관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48분간 비공개 단독 회동에는 배석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두 정상이 흉금을 터놓고 핵 협상 담판을 벌였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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