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방위비 분담금 등 공식 언급 없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북미 협상 재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해도 과하지 않다. 소인수 회담 뒤 업무오찬을 겸한 확대회담까지 총 98분간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간 지속적인 대화가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는 방법”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양 정상은 공식 발언에서 방위비 분담금, 미중 무역 분쟁 등 한미 간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지속적인 대화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는 현실적인 방법”이라며 “오늘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양국의 입장이 일치하며 동일한 목표를 가졌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야 말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주인공이자, 한반도의 피스메이커(peace maker)”라고 치켜세웠다. 비공개로 진행된 정상회담에서도 문 대통령은 “2년 전쯤만 해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전쟁의 공포가 있었던 한반도이지만 지금은 그런 공포가 많이 줄어들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피스메이커 역할에 많은 한국민들은 감사해하고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문 대통령과 좋은 파트너십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믿고 함께 해줘서 고맙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발언도 김 위원장과의 깜짝 회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특히 자신이 집권한 이후 변화된 한반도 정세에 대해 높은 자부심을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확대회담 전 모두발언을 통해 “제가 취임했을 때는 굉장히 안 좋은 많은 일이 있었다. 남북 양쪽에 안 좋은 상황이 많이 펼쳐졌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제 임기 동안 많은 것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공동기자회견에선 “(전임 대통령인) 오바마 대통령도 이런 일을 이뤄내지 못했다”며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김 위원장과) 회동을 굉장히 원했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취임 이후 비핵화 정세가 진전된 상황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양 정상은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안보ㆍ경제ㆍ지역글로벌 이슈에서 협력 강화 △양국간 교역, 투자확대 모멘텀을 가속화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있어 조화로운 협력 등을 밝혔다. 하지만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 이슈,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문제 등 한미 양국이 맞닥뜨린 민감한 이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 목표가 ‘김정은 위원장과 DMZ 만남‘에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분위기는 트럼프 대통령 참모들의 발언에서도 읽혔다.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은 정상회담에 배석해 “역사적인 자리에 와 있다. 두 분의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할 일이 많지만 유례없는 경험이며 역사적으로 없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날 DMZ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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