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요금이 전기 과소비 원인”
산하기관서 인상 당위성 주장
경영 악화 상황 반영한 듯
한국전력공사의 산하기관으로 에너지 분야 씽크탱크 역할을 하는 한전경영연구원이 “전기료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영난을 겪는 한전이 또 다시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전기료 인상이 없다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어 정부와 한전 사이의 신경전은 계속 될 전망이다.
30일 한전경영연구원이 최근 낸 ‘전력경제 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에너지 원단위는 0.159(2017년 기준)로 조사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가운데 33번째로 높은 수치다. 에너지 원단위는 국내총생산(GDP) 1,000달러의 부가가치를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1차 에너지 소비량(TOE)을 말하는데, 수치가 높을수록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한전경영연구원은 에너지 원단위가 가장 낮은 스위스(0.052)는 물론 독일(0.086)과 일본(0.089), 미국(0.123) 등 OECD 주요 국가들의 에너지 원단위가 한국보다 크게 낮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보다 에너지 원단위가 높은 나라는 캐나다(0.183), 아이슬란드(0.368) 뿐이었다.
원인으로는 낮은 전기요금과 그에 따른 전기 과소비를 지목했다. 전기를 생산하는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용 원자재 가격은 변동성이 크지만 한국은 전기요금에 이를 반영하지 않으면서 전기 생산원가가 올라도 전기 요금은 상승하지 않는 구조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석탄ㆍ석유ㆍ천연가스 등 다른 1차 에너지 대신 이를 갖고 생산한 2차 에너지인 전기를 우선 소비하게 하거나, 전기 과소비를 유도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한전경영연구원은 이를 근거로 “전기요금의 가격 정상화를 위해 도매가격 연동제와 친환경 이행비용 부과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도매가격 연동제는 전기를 생산하는 원자재 가격 변화를 전기요금에 적용하는 것으로, 현재 미국과 일본, 캐나다 등 다수의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 친환경 이행비용 부과 방안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들어가는 비용의 일부를 전기료에 반영하는 것이다. 한전경영연구원은 “건물의 에너지효율 규제 강화, 에너지관리시스템 육성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전의 전기료 인상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지난해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콩(원료)보다 두부(전기)가 더 싸다”고 지적했고,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도 “전기소비와 자원배분의 왜곡을 막을 수 있는 방향으로 과감하게 요금체계 개편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거듭된 한전의 전기료 인상 주장은 지난해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데다, 올해 1분기에도 역대 최악의 실적(1분기 기준)을 기록해 경영상황에 경고등이 켜진 한전의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전은 최근 여름철(7~8월)에만 누진 구간을 확대하는 누진제 개편안까지 시행하기로 하면서 매년 2,847억원의 추가 부담도 떠안게 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을 고려하고 있지 않고 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지난 5월 간담회에서 “한전의 적자와 요금문제는 일률적으로 같이 다룰 문제가 아닌 만큼 전기요금 조정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