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교포 이원준(34)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데뷔 13년 만에 첫 우승을 와이어투와이어(wire to wireㆍ전 라운드 선두)로 장식했다. 생애 첫 KPGA 우승을 메이저 대회인 KPGA 선수권에서 따낸 그는 그간 자신을 물심양면 지원해준 가족들에게 가장 먼저 고마움을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원준은 30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KPGA 선수권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서형석(22)과 연장 승부를 벌인 끝에 정상에 올랐다. 전날 3라운드까지 2위 그룹과 격차를 무려 5차까지 벌리며 손쉬운 우승이 예상됐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 1오버파로 부진해 연장을 허용하면서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했다. 연장 승부에서 버디퍼트를 성공한 그는 그제서야 비로소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첫 아이 ’드니(태명)’를 품고 있는 아내를 꼭 껴안았다.
이날 이원준은 버디 3개를 기록했지만 보기 2개와 더블보기 1개를 적어내며 이번 대회 최악의 라운딩을 펼쳤다. 그 사이 이날만 4언더파 66타를 친 서형석에게 추격을 허용해 마지막엔 결국 동타(최종합계 15언더파 265타)를 허용했다. 이원준은 그러나 18번 홀에서 진행된 연장 첫 홀에서 침착하게 버디를 따내며 파에 그친 서형석을 따돌렸다.
주니어 시절 괴력의 장타를 앞세워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까지 꿰찼던 이원준은 프로 데뷔 전인2006년 코리안투어 삼성 베네스트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골프천재’란 별명도 얻었지만 프로 입문 5년 만에 손목인대가 닳아 없어졌다는 판정을 받는 시련도 겪었다. 골프채를 2년 가량 놓기도 했던 그는 재작년 디스크 손상이 생겨 또 눈물을 흘렸지만 포기하지 않고 재도전해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렸다.
우승을 확정한 이원준은 “3, 4라운드에서 오르막 퍼트가 짧아 어려움을 겪었지만 연장 마지막 퍼트는 내리막이라 자신 있게 쳤다”며 “대회를 함께 지켜봐 준 아내 등 가족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회 도중 호주로 돌아가게 된 아버지에게 “10년 넘는 시간 동안 정말 고생하셨다”며 “사랑한다”고 외쳤다. 이번 우승으로 상금 2억원을 쌓은 그는 코리안투어 출전권을 2024년까지 보장받았고, KPGA 선수권에 매년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오는 10월 제주 서귀포시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인 더 CJ컵 출전권까지 확보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