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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키코 분쟁조정 수용 안하면 검찰 재수사 촉구”

입력
2019.07.01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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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붕구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장 

조붕구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장.
조붕구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장.

“키코(KIKO) 사건에 관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내린 결론을 은행들이 수용하지 않으면 피해 기업들은 검찰청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하며 재수사를 촉구할 계획입니다.”

7월 초로 예정된 금감원의 키코 사건 분쟁조정 절차를 앞두고 조붕구(55ㆍ사진)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장은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1년의 재조사 끝에 피해 기업들이 구제 받을 길이 열렸다는 희망보단,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이 분쟁조정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거란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은 법적 강제성이 없는 ‘권고’여서 은행이 거부하면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피해 기업들이 키코에 대거 가입한 시기는 2008년 무렵이라 이미 민법상 손해배상 소멸시효(10년)를 넘긴 사례가 많다. 은행이 버티면 뾰족한 수가 없는 처지다.

대책위의 대안은 재수사 요구다. 키코 사건에 사기 혐의가 적용될 경우 형사상 공소시효는 피해금액 50억원 이상 기준 15년으로, 민사상 소멸시효보다 길다. 30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조 위원장은 “2013년 대법원 판결 당시에는 고려되지 않았던 정황이나 증거들이 새로 드러난 만큼 검찰에 전면 재수사를 요구할 것”이라며 “새로 재판이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파생상품 판매 자격증이 없는 은행 직원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기업에 가입을 권유한 일 등이 그가 주장하는 새로운 증거다.

2008년 결성된 대책위는 최초 240여 개 회사가 참여했지만 그간 100개 넘는 기업이 도산하는 등 이탈이 속출하며 현재 70여 곳이 남아 피해 구제를 도모하고 있다. 2년 전부터 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 위원장 역시 코막중공업이라는 건설장비 업체를 운영하다 키코 상품 가입으로 100억원가량 피해를 봤다. 상장을 추진할 정도로 우량회사였던 코막중공업은 키코 사태로 법정관리를 거치며 신용도가 바닥으로 떨어져 자금 조달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한다.

이번에 금감원 분조위 조정을 받는 피해 기업은 일성하이스코ㆍ남화통상ㆍ원글로벌미디어ㆍ재영솔루텍 4곳으로, 금감원이 추정한 손해액 합계는 1,500억원에 달한다. 대책위는 이들 기업의 분쟁조정 결과를 보고 나머지 기업들의 대응 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조 위원장은 가입 당시 은행권의 불완전판매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키코 상품은 지금도 그 구조를 100% 이해하지 못할 만큼 복잡하다”며 “10년 전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모두 위험성을 알지 못했던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기업이 필요에 의해 적극 가입했다”는 은행권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그는 키코 피해 규모가 축소됐다고도 주장했다. 키코 가입 기업은 700여 곳으로 추정되며 피해금액은 약 3조원으로 알려져 있다. 조 위원장은 “키코에 가입했던 중견 조선소 15곳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실시했더니 그곳에서만 피해액이 8조원으로 집계됐다”며 “계약에 따라 은행에 돈을 물어준 1차 피해 규모가 그 정도이고, 기업 신용도 하락에 따른 유동성 위기 등 2차 피해를 더하면 금액은 천문학적으로 커진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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