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2일째인 30일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이하 평통사)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은 반드시 동시에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전 10시쯤 평통사 회원 100여 명은 “남북미 정상 간 DMZ 회동이 성사된다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던 북미, 남북 협상이 새로운 추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평화를 지키기 위한 여정에 앞장선다면 기꺼이 지지하며 함께 할 것이며, 그 길에 역행한다면 규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 소성리의 이석주 이장이 참석했다. 이 이장은 “한미 정상이 만난 자리에서 사드 문제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이뤄지기를 바라고, 지금이라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사드 회수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문규현 평통사 상임대표는 “금일 역사적인 남북미 회동이 이뤄진다면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교착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 분명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체제를 보장하면서 조속히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움직여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문 상임대표는 회동과는 별개로 남북관계에 숨통을 틔우기 위해 개성공단 운영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오전 11시 5분쯤 트럼프 미 대통령과 경호인력이 탄 차량들이 광화문광장을 지나자 평통사 회원들은 삼보일배를 멈추고 “엔드 코리안 워(End Korean War)” “피스 트리티 나우(Peace Treaty Now)” 등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는 지난 27일 경찰이 요청한 광화문 일대 집회 제한통고로 인해 열리지 못할 뻔 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이 28일 경찰의 제한통보 집행정지를 결정해 예정대로 진행됐다. 다만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인 평통사 회원들은 기자회견 뒤 정부서울청사 쪽으로 행진하며 삼보일배를 할 예정이었으나 경찰이 막아서 제자리에 머물렀다.
낮 12시 30분쯤 경찰이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집회 중인 평통사 회원들을 계단 위쪽으로 밀어 올리자 일부 회원들이 드러누웠고, 이들을 경찰이 일으켜 옮기는 과정에서 격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평통사 측은 “경찰이 정당한 집회를 가로막았고 회원들의 팔이 꺾이는 등 폭력 행위가 자행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통제 차원에서 시위대를 이동시킨 것”이라며 “혹시 모를 충돌을 대비해 경호 구역 밖에서 집회를 이어가도록 했다”고 밝혔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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