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 국내 유통 기업 총수들이 30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일제히 참석했다. 이들 외에 허영인 SPC그룹 회장, 박준 농심 부회장, 박인구 동원그룹 부회장 등 유통가 주요 기업인들도 간담회에 초청을 받았다.
국내 재계 전체로 보면 유통업의 비중이 크게 높은 건 아니다. 그런데도 이번 트럼프 대통령이 초청한 기업의 약 3분의 1이 유통 분야인 것은 최근 우리나라 유통업체들이 미국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우선 롯데는 대미 투자 규모 면에서 다른 분야 대기업들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롯데는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석유화학 공장을 짓고 지난 5월 9일(현지시간) 현지에서 준공식을 가졌다. 투입된 사업비가 총 31억달러(약 3조6,000억원)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해외기업의 가장 많은 대미 투자다. 역대 한국 기업으로는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준공식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신동빈 회장을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3일(현지시간) 백악관으로 초청해 면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만난 우리나라 재계 총수는 신 회장이 처음이다.
CJ는 미국 유수 기업들을 최근 잇따라 인수했다. 2018년 11월 CJ제일제당이 미국 식품회사 슈완스 컴퍼니를 약 2조원에, CJ대한통운은 같은 해 8월 미국 물류기업 DSC로지스틱스를 3,000억원에 각각 인수했다. CJ는 최근 수년간 미국 곳곳에 식품 공장을 세우기도 했다. 신세계는 지난해 12월 약 3,000억원에 미국 유통기업 굿푸드 홀딩스를 사들였다. SPC는 미국 내 파리바게뜨 매장을 늘리며 고용 창출을 확대하고 있다. 농심은 미국 동부에 두 번째 라면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중이다.
앞으로 계속적인 대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 간담회에 초청 받은 유통기업들의 공통점이다. 신 회장은 백악관 면담 당시 루이지애나 공장 인근에 에틸렌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뉴욕 이외 미국 다른 도시로 호텔 사업을 확대할 계획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한 바 있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일부 식품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고, 신세계 이마트는 올 하반기 로스앤젤레스에 프리미엄 그로서란트 매장 ‘PK마켓’을 열 예정이다.
최근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 등으로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업체들은 미국을 비롯한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유통업계에선 이번 간담회 때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대미 투자 확대 요청이 미국 현지에서의 사업 확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