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법원의 ‘정보화사업’ 비리에 가담한 현직 공무원과 입찰업체 관계자 24명을 재판에 넘겼다. 국세청에서도 비슷한 혐의가 발견됐다. 법원과 국세청처럼 이른바 ‘힘 있는’ 기관들이 진행하는 사업에 대해선 검증 절차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구상엽)는 지난해 11월 법원행정처 수사 의뢰로 시작한 법원 정보화사업 비리 수사 결과, 법원 현직 공무원 4명과 업체 관계자 5명을 구속 기소하고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구속 기소된 4급 서기관 A씨 등 법원공무원 4명은 전산장비 납품업체를 운영하는 전직 법원공무원 B씨에게 입찰 관련 내부 정보를 전달해 관련 사업을 수주케 한 다음 총 7억5,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불구속 기소된 15명의 업체 관계자들은 법원 내부 정보를 이용해 입찰에 참여하거나 들러리 입찰을 통해 A씨 등의 범죄를 도운 혐의다.
검찰은 이 같은 비리의 원인을 견제받지 않는 법원의 독립성에서 찾고 있다. 다른 국가기관들은 정보화 관련 작업을 진행할 경우 조달청이 개입, 별도의 기술적 평가를 진행하는 등 주도적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법원은 평가절차 등을 독자적으로 진행했다. 조달청도 섣불리 개입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법원의 인적 구조 문제도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 조직의 특수성 때문에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 소속 전산직 공무원들은 장기간 비슷한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전직 법원공무원들이 운영하는 납품업체들과 오랫동안 유착관계를 이어왔다”고 지적했다.
국세청 정보화사업 비리는 법원공무원 비리 수사 도중 추가로 드러난 비리 의혹이었다. 검찰은 컨소시엄 구성 후 특정 업체를 거래 단계에 끼워 주는 대가 등으로 총 14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전직 대기업 전산업체 부장 C씨 등 6명을 배임수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이어 “전산장비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거래 상대 업체 측으로부터 수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납품업체 관계자 4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의 범죄 수익 환수를 위해 범죄수익환수부(부장 박철우) 등과 수사 공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또 법원과 국세청 등 힘있는 기관들의 비리 방지를 위해 감사원과 조달청 등에 수사결과를 통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달청의 협업, 혹은 검증 기능을 강화해 국고 손실 방지 체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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