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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먹고 낫는건 진짜 낫는게 아니잖아” 편견이 조현병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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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먹고 낫는건 진짜 낫는게 아니잖아” 편견이 조현병 키워

입력
2019.07.02 05: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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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조현병학회ㆍ한국일보 공동 기획] ‘조현병 바로 알기’ ⑦이승재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회적 통념과 일치한다는 이유로, 일부 사례가 있다는 이유로, 때로는 아무런 이유없이 조현병에 대한 편견이 만들어져 환자를 옥죄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사회적 통념과 일치한다는 이유로, 일부 사례가 있다는 이유로, 때로는 아무런 이유없이 조현병에 대한 편견이 만들어져 환자를 옥죄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약을 먹으면 머리가 나빠진다고 하던데요?” “정신이 나약해서 저러는 거 아니에요?”

조현병 환자나 보호자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 흔히 하는 말이다. 이런 질문은 조현병에 대한 편견과 맞닿아 있다. 의사들이 조현병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좁은 진료실 면담으로는 절대 풀지 못할 것 같은 거대한 편견의 벽을 절감한다. 최근 일부 환자의 흉악범죄가 이어지면서 ‘조현병은 위험하다’는 편견이 강화되고 있어 문제다. 편견은 이것 말고도 아주 많다. 그래서 편견 제거를 의사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로 여긴다.

사람들의 생각은 아주 다양해 극단적인 내용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편견은 실제와 다른 일부 극단적인 생각이 사회적 통념과 일치한다는 이유로, 일부 사례가 있다는 이유로, 때로는 아무런 이유 없이 형성된다. 개인적 편견은 행동으로 이어지고, 주변인에게 파급돼 집단화된다. 집단적 편견은 역으로 다시 한 개인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점에서 우리 모두 편견의 생산자이자 피해자다.

조현병 치료에 가장 큰 방해 요소는 약물치료에 대한 편견이다. 병 인식이 부족한 환자는 약물치료를 하는데 객관적 사실보다 편견에 쉽게 빠진다. 연구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의 74%가 치료 시작 18개월 내에 약을 중단했다. 이들 중 40%는 치료 효과가 약하거나 부작용 때문이지만, 60%는 별 이유 없이 약을 임의로 끊었다. 이유 없는 치료 중단은 물론 편견에 기인한다. ‘약 먹는 걸 알면 나를 이상하게 보겠죠’ ‘다 나았는데 약 먹는 게 이상하잖아요’ ‘약을 먹으니 더 이상해져요’ ‘약 먹고 낫는 것은 진짜 낫는 게 아니죠. 의지가 중요하잖아요’ 등 다양한 이유로 약을 거부하거나 임의로 조절하려고 한다. 이런 편견은 약물치료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들은 후에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편견은 그만큼 공고하다.

이런 편견은 조기 치료, 치료 유지, 재활 등 치료의 모든 단계에서 치료에 반하는 요인이 된다. 조현병은 발병 후 5년간의 경과가 예후에 결정적이다. 그러므로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편견에 기인한 치료 지연은 환자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보호자도 환자와 거의 비슷한 고민을 한다. 가족 구성원의 병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가족 환자가 조현병 증상을 보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 정상 상태여서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가족들은 말한다. 환자만큼은 아닐지라도 약물 부작용에 편견이 많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찾다가 병을 키우기도 한다. 입원치료가 필요한데도 이를 하지 않으려 한다. 증상이 심각한 환자를 뜻에 반해 입원시키려면 보호자들의 이해가 절실하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도 편견이 발목을 잡는다. ‘심한 환자들이 많을 텐데 좋지 못한 영향을 받지 않을까요?’ ‘말을 안 들으면 때리기도 한다던데요?’ 등의 질문을 하면서 입원치료를 망설인다.

이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조현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환자들은 ‘상관(선임/사장님)이 내가 능력이 없다고 무시하는 것 같아요’ ‘반응이 늦고 재미도 없다고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아요’ 등의 말을 한다. 일부 환자는 맞서 싸우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냥 회피하고 산다.

일반인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사한 결과가 있다. 최근 8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5%는 ‘웬만하면 혹은 절대로 정신건강의학과의 상담과 치료를 받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으면 취직에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데에 64%가 동의했다. 뿐만 아니라 29%가 ‘정신과적 약물치료는 부자연스러운 치료’, 21%는 ‘오래 먹으면 뇌손상을 일으킨다’ 그리고 39%는 ‘망상과 환청이 생기면 치료를 되도록 미루는 것이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환자가 가진 편견과 일반인의 편견이 별반 다르지 않다. 결국 우리 모두 편견을 공유하고 있다. 조현병 치료를 위해 환자가 가진 편견을 줄이려면 먼저 일반인이 편견을 없애야 한다. 사회적 편견이 줄어드는 만큼 환자는 좀 더 치료에 집중할 것이다. 적절한 치료로 잘 조절된 환자가 늘어나면 편견도 줄어들 것이다.

조현병 편견이 해소되지 않고 유지되는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가장 많이 지지를 받는 설명은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공감 부족과 환자와의 소통 부족이 꼽힌다. 조현병 환자는 사회적으로 소수여서 드러내기를 꺼린다. 그래서 숱한 편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집단적으로 내지 않는다. 환자 스스로가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활동하기 어려우면 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일인 안전벨트 착용도 정착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렸듯이 조현병 편견을 해소하는 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면 조현병 편견은 점점 줄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합리적인 생각들이 자리를 잡을 것이다.

이승재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승재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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