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 안 하면 요율 인상 수용 불가”… 내달 건정심 다시 열어 논의하기로
건강보험 가입자단체의 반대로 내년도 건강보험료율 결정이 이례적으로 연기됐다. 보건복지부는 28일 건강보험 정책 최고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어 2020년 건강보험료율을 결정하려 했으나,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결정을 미루고 심의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상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은 정부의 예산편성 등의 일정에 맞춰 그해 6월에 결정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건정심 8개 가입자단체가 “정부가 국고지원 책임을 100% 지지 않으면 보험료율은 동결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면서 의결하지 못했다. 복지부는 다음달에 건정심을 다시 한번 열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내년도 보험료율을 3.49%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다. 복지부는 앞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의 시행으로 건보료 급등 우려가 제기되자, 인상률을 2023년까지 지난 10년간 평균인 3.2%를 넘지 않게 관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2018년과 2019년에는 보험료율을 각각 2.04%, 2019년 3.49% 인상했고, 이후 인상률은 2020∼2022년 3.49%, 2023년 3.2% 등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가입자단체는 “2007년 이후 13년간 미납된 국고지원금은 총 24조5,000억원에 이르는데, 정부는 보장성 확대 정책으로 생색만 내고 그 부담은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국고지원 미납분에 대한 명확한 납부 입장을 밝히고, 올해 미지급금을 정산하지 않는다면 보험료율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에 따라 2007년부터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14%는 일반회계(국고)에서, 6%는 담뱃세(담배부담금)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지원 규정을 제대로 지킨 적이 없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소하 의원(정의당)에 따르면, 2007∼2019년 국고 지원율은 15.3%에 그쳤다.
가입자대표 위원인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국고지원과 보험료율 결정 문제는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결정할 수 없는 만큼, 여당과 청와대,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가 당정청 협의를 통해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청했다”며 “문재인 케어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건강보험 재정 대책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의 한정된 예산 안에서는 법에 규정된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을 100% 지원할 수 없는 만큼, 당정청 협의를 통해 재정당국이 별도 예산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건정심은 내년 동네의원의 요양급여비용을 2.9%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의료기관 별 수가 인상률은 병원 1.7%, 치과 3.1%, 한방 3.0%, 약국 3.5%, 조산원 3.9%, 보건기관 2.8%로, 이날 결정된 동네의원 인상률까지 반영하면 2020년 요양급여비용 평균 인상률은 2.29%다. 이에 따른 추가 소요재정은 1조478억원으로 추산된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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