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보전 위해 “전기 아끼면 할인하는 제도 축소 가능성”
한국전력 이사회가 여름철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는 ‘누진구간 확대안’을 28일 가결했다. 한전의 손실 증가에 따른 배임 가능성에 대한 일부 이사진의 문제 제기에 따라 지난 21일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이 보류됐지만, 누진제 개편에 따른 손실분을 정부가 보전할 방안을 논의하기로 하면서 돌파구가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28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여름철 전기요금 누진구간을 넓혀 에어컨 등 냉방기기 사용에 따른 소비자들의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위한 기본공급 약관 개정안’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이로써 다음달부터 전기 소비가 많은 여름철(7~8월) 총 1,629만가구(2018년 기준)가 월 평균 1만142원의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게 됐다.
한전 이사회는 김종갑 사장 등 사내이사 7명과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 등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김 교수가 의장을 맡고 있다. 이번 임시 이사회는 지난 임시 이사회 보류 결정 이후 일주일 동안 이사진의 논의를 거쳐 일정이 잡혔다. 오후 5시 30분 시작해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는 1시간 45분 동안 이어졌다.
김 의장은 이사회 종료 직후 “전반적 전기요금 체제 개편안도 함께 가결됐다”고 말했다. 이는 정확한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누진제 개편에 따른 손실을 정부가 만회하는 방안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방안은 한전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즉석으로 제안했으며, 요금제를 직접 손대지는 않고 한전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장은 “자세한 내용은 다음달 1일 한국거래소 공시를 통해 알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예를 들어 전기를 아껴 쓰면 일정 금액을 감액해주는 필수 사용량 보장 공제 폐지나 축소, 심야 전기요금 할인 축소 등을 중장기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특히 필수 사용량 보장 공제의 문제점을 수차례 지적해왔다. “취약계층 지원이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일부 부유층이 이 제도를 통해 전기요금을 할인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전은 전기 사용량이 월 200㎾h 이하인 1단계 소비자에게 월 4000원 한도로 요금을 깎아주고 있다. 이 공제에 따라 한전은 지난해 958만가구에 총 3,964억원을 할인해줬다. 한전 관계자는 “이 공제 제도를 폐지하면 누진제 개편에 따른 손실액(최대 2,874억원)을 만회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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