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정부는 ‘촛불정부’라고 자임할 뿐 촛불정신을 실현할 능력도 책임감도 없다. 7월18일 총파업으로 진정한 개혁의 주체를 보여주겠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KBS스포츠월드 제2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단위사업장 비상대표자회의에서 7월 대정부 투쟁 계획을 알리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5월과 올해 3, 4월 민주노총의 국회 앞 집회에서 발생한 불법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 21일 구속됐다가 전날(27일) 구속적부심을 거쳐 6일 만에 조건부 석방된 후 공식석상에서 한 첫 발언이다. 김 위원장은 “(구속 계기가 된) 민주노총의 지난 3, 4월 국회 앞 시위는 지긋지긋한 장시간 노동, 눈물 나는 저임금의 과거가 국회를 통해 재현되려 한다면 저항하라는 촛불의 명령을 수행한 것”이라며 “노동이 우리 사회를 움직인다는 자세로 경청하겠다던 정부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고, 촛불의 개혁과제를 실천으로 실현하려면 민주노총이 (투쟁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의 이번 단위사업장 대표자회의는 다음 달 예고된 총파업을 앞두고 산하 조직의 투쟁 결의를 다지기 위해 마련됐다. 회의장 곳곳에는 “탄압에는 투쟁이다”, “구속 동지 구출하자” 등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김 위원장 등 주요 간부와 참석한 대표자 800여명은 ‘투쟁을 구속 말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석방으로 노동계의 7월 총파업 기세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민주노총은 예고에 없던 8월 총파업 고려 사실까지 알리는 등 한층 더 강경해진 모습을 보였다. 8월 총파업은 아직 결의하지 않았지만 계획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국회가 정상화됨에 따라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를 둘러싼 갈등도 재점화하면서 오히려 산별노조 파업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 등이 기소된 3, 4월 국회 앞 불법 집회도 당시 탄력근로제 법안 논의에 반발해서였다. 현재 금속노조 산하 현대중공업지부가 회사의 법인분할에 반대하며 부분 파업을 하고 있는데, 민주노총의 총파업 분위기 고조 등을 위해 다음달 18일 총파업 전에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노조도 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건설노조도 총파업 전 파업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노동’을 내세웠던 정부와 노동계의 관계는 갈수록 꼬이는 모양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정부와 노동계가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정책 방향은 다르지 않기 때문에 노동계가 투쟁만 고수하는 전략이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관계자는 “정부가 대화로 풀자는 말만 할 뿐 등판할 명분은 주지 않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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