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지정 좌석제에서 탈피해 직원들이 매일 원하는 자리에서 일하는 ‘공유 오피스(좌석제)’를 도입했다. 위계적인 조직 질서의 분위기에서 탈피해 자유로운 토론과 협업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29일 SK그룹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본사가 있는 서울 종로구의 SK서린사옥에는 새로운 형태의 사무실인 공유 오피스가 등장했다. 공유 오피스는 기존 ‘팀(Unit)-실-본부’ 단위 별 지정좌석제가 아닌 원하는 자리에 앉아 일하는 방식의 사무실 형태다. 자리 사이의 칸막이를 없애고 공동 업무공간 및 휴식공간 등을 조성해 임직원의 소통 기회를 늘리고 날마다 다른 회사, 다른 조직의 임직원을 만나 다른 시각을 나누자는 취지다.
공유 오피스 구성은
서린사옥의 공유 오피스에는 임직원들이 근무하는 공간인 워킹존과 임직원들의 복지ㆍ건강관리를 위한 공용 공간인 퍼블릭존으로 구성됐다. 워킹존은 개별 근무공간인 포커스존과 전체 입주사의 공유, 협업 공간인 라운지로 구분된다. 포커스존은 주로 모니터가 설치된 책상과 회의실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자리는 모니터의 개수에 따라 싱글 모니터, 듀얼 모니터 등으로 구분되어 있어 업무의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또한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모션 데스크와 외부 자극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칸막이 공간 등이 설치돼 서서 일하는 임직원과 업무에 몰입하고 싶은 임직원 등의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곳곳에 위치한 폰룸에서는 간단한 통화도 가능하다.
라운지는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오픈형으로 꾸며졌다. 라운지에는 다양한 형태의 책상과 의자, 쇼파 등이 있어, 자유롭게 업무와 미팅을 할 수 있다. 또한 임직원들이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도록 씨리얼과 토스트기, 커피머신, 우유 등의 음료가 배치됐다.
워킹존 내에는 서로 다른 사업부지만,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임직원끼리 같은 구역에서 근무하도록 배치된 구역도 있다. 감사, 법무 등 정보교류 및 네트워킹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기대되며 보안 유지의 필요성이 큰 부서는 해당 구역 내에서 공유 좌석제를 운영하고 있다. 회의실, 프로젝트룸, 출장자실로 구성된 별도 층은 SK이노베이션 외 서린사옥에 입주한 타 관계사들과 함께 사용한다.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임원들은 고정된 집무실에서 근무한다. 단, 임원의 집무실을 기존 대비 3분의 1 규모로 축소, 통일해 임원의 직급체계 변화에 부응하고 공간 운영의 유연성을 높였다. 임원의 집무실은 기존에 회사별, 유관 부서별로 모여있던 것과 달리 무작위로 집무실을 배정하였으며, 이 역시 일정 기간마다 변경한다.
공유 좌석제 운영은 어떻게
사무실에 고정된 자리가 없다면 업무를 하기에 불편할 수 있다. 당장 업무처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기도 어려워진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대해 “슬림 앤 스마트”로 답한다. 좌석 및 회의실 예약은 사내 어플인 ‘온 스페이스’로 진행한다. 출근 30분 전부터 좌석 예약이 가능하며, 임직원은 필요에 따라 라운지, 싱글ㆍ듀얼 모니터등의 자리를 선택한다. 예약 후 출근하면, 예약한 좌석에 전자 명패가 나타난다. 전화도 사내 어플을 이용한다. 오피스폰이라는 이름의 어플을 사용해 본인의 휴대폰으로 사내 전화의 착ㆍ발신을 이용한다. 어플을 통한 통화는 사내 인터넷망을 통해 운영되어,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각자의 짐은 배정된 락커에 매일 보관해 사용한다. 매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사용하던 각종 개인 용품에 대해선 과감하게 “짐을 간소화하는 것이 공유 오피스의 핵심”이라고 SK이노베이션은 설명한다. 매일 새로운 환경에서 근무함으로써 창의성을 고취할 수 있게 한 공유 오피스의 취지에 맞춰, 음료가 담긴 텀블러나 필기구 등 최소한의 물품만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것이다. 고정 좌석제화(化)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틀 이상 같은 좌석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도 같은 이유다. SK그룹 관계자는 “공유 오피스에 임직원들이 빠르게 적응했다”며 “공유 오피스에 대한 임직원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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