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이도훈 만나 대북의제 조율… 김연철과 대북 식량 지원 논의
30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북핵 수석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8일 만나 대북 의제를 최종 조율했다. 비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미국은 6ㆍ12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동시적, 병행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북한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의 대화 복귀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외교부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한미 북핵 수석대표 간 협의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 번영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날 북측이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의 담화 형식으로 미국에 “대화를 한다 해도 협상 자세가 제대로 돼있어야 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과 협상을 해야 한다”며 날 선 비판을 했지만 이에 아랑곳 않고 또다시 북측에 언제든 실무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더불어 미국이 ‘일괄적 비핵화’가 아니라 단계적 로드맵에 따라 비핵화를 동시적ㆍ병행적으로 이행하는 방안을 지지한다는 점을 재확인해 북측에 유화적 메시지를 발신하는 모습이다.
비건 대표를 맞이한 이 본부장은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많은 외교적 상호 작용과 활동이 있었는데, 이것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의 실질적 진전으로 이어지게 할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북미 정상의 친서 교환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등으로 북한의 대화 복귀 가능성이 커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이벤트를 통해 마련된 북미 대화 동력을 오는 30일 열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극대화하는 게 양국의 최대 과제다. 특히 비건 대표는 19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주최 행사에서 미국의 유연한 대북 접근법과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에 대한 논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어, 이날 북핵 수석대표 협의뿐 아니라 한미 회담에서도 관련 의제가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비건 대표는 이날 오후 5시에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예방했다. 김 장관은 “(북미) 협상이 성공할 수 있도록 유연하고 창의적인 해법이 필요할 때”라며 “한미 사이 생산적인 협의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한미 양국 정부 간 아주 훌륭한 협력관계가 이뤄지고 있다”고 간략히 답했다. 양측은 최근 우리 정부가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등을 통해 북측에 지원한 식량 및 인도적 지원금 공여와 더불어 남북 대화 상황 등을 공유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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