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돼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검찰이 압수수색하는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ㆍ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는 28일 열린 공판에서 “검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절차에서 어떤 위반 행위가 없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영장이 집행되기 전 검사가 임 전 차장에게 영장을 제시했고, 임 전 차장이 영장 내용을 검토해 다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영장에는 외부저장장치에 저장된 범죄사실과 관련되는 자료를 압수한 물건으로 기재하고 있고, 검사가 압수한 8,600여개 파일은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 전 차장 진술에 의해 압수할 물건이 임 전 차장 사무실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사무실은 영장에 따른 수색장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압수조서에 마치 김백준의 주거지에서 집행한 걸로 기재돼있지만, 관계자들 진술에 비춰보면 단순한 실수와 오기 정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2차 압수수색 영장 집행 과정에서도 변호인이 참여한 가운데 임 전 차장은 검사에게 1차 영장집행으로 확보된 8,600여개 자료를 임의 제출한다는 임의제출 동의서를 작성해줬다"며 “피의자나 변호인의 참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작년 7월21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임 전 차장의 자택과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주거지 PC에 USB 접속 흔적이 나왔고, 임 전 차장이 '사무실에 USB가 있다’고 말해 사무실 압수수색까지 이뤄졌다. 이렇게 확보한 USB에는 임 전 차장 퇴임 전후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 8,600여건이 담겨 있었고, 검찰은 이 문건을 핵심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자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대법관 변호인은 이 USB에서 나온 문건이 위법하게 수집된 자료이므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임종헌 전 차장 역시 이 자료들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했지만, 임 전 차장의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 윤종섭)도 압수수색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며 증거로 채택한 바 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