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재지정 평가를 둘러싼 혼란이 커지고 있다. 평가를 담당한 시ㆍ도교육청과 자사고의 갈등이 확대되는 가운데 교육청과 교육부 간에도 이견 대립이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이런 갈등과 대립은 내달 중순으로 예정된 서울지역 자사고 결과가 공개되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교 체제 개편을 비롯한 정부의 근본적인 자사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7일 간담회에서 “정부가 제도 개선을 통해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자사고의 실립ㆍ운영 기준이 되는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일괄적으로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라는 것이다. 서울 지역 13개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 공개를 앞두고 최근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후 일고 있는 후폭풍의 부담감을 토로한 셈이다. 당초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 시행령 개정을 통한 자사고 폐지였음을 감안하면 충분히 나올 만한 주장이다. 하지만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지난 24일 “시행령 개정을 통한 일괄 전환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시ㆍ도교육청과 교육부는 자사고 지정 권한을 놓고서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애초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에는 자사고 지정 또는 지정 취소시 교육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돼 있었으나 2014년 박근혜 정부가 진보 성향 교육감의 자사고 취소에 맞서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얻도록 개정했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이를 비난한 데다 문재인 정부가 자사고 폐지와 교육자치 확대를 내세운 만큼 원래대로 시행령을 되돌리라는 게 교육청의 주장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27일 “장관의 동의 절차가 교육 자치를 훼손하고 있다”면서 시행령 개정을 요구한 것이나, 서울ㆍ전북교육감이 교육청의 자사고 취소 결정에 교육부가 부동의 할 경우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자사고 문제는 당초의 원칙과 공약이 흔들리면서 극도의 혼란에 빠져 있다. 하다못해 교육청별로 들쭉날쭉한 기준 탓에 공정성 논란마저 불거지고 있다. 정부와 민주당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게 아니라 자사고에 대한 분명한 입장과 근본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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