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주류 시장의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7월 1일로 예정했던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 위임 고시’ 개정안 시행을 미루기로 했다. 주류업계의 반발과 가격인상 등 부작용 우려에 당장 한 발 물러선 형국인데, 최근 주류 제조사와 도ㆍ소매상, 소비자단체들이 국세청 고시안을 따르기로 합의해 그간의 입장차는 좁혀지는 분위기다.
국세청은 28일 고시 개정안 시행과 관련해 “행정예고 기간 중 제출된 다양한 의견뿐 아니라 관련 부처, 단체에서 수집된 의견 등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며 고시 수정 및 시행일 연기 방침을 밝혔다.
앞서 국세청이 지난 5월31일 행정예고한 이 고시는 그간 해석상 논란으로 불법 리베이트를 처벌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명확히 한 것이다. 금품제공 금지 조항은 ‘장려금ㆍ수수료ㆍ대여금, 에누리ㆍ할인ㆍ외상 매출금 경감 등’으로 구체화했다. 주류 제조ㆍ수입업자는 ‘도매상, 소매상 등 동일한 지위에 있는 거래처에는 같은 가격에 술을 팔아야 한다’는 규정도 만들었다.
하지만 이에 일부 도ㆍ소매 업자들이 장기간 굳어진 관행이 한번에 바뀌면 소비자가격 인상 등 부작용이 불가피하다며 반발했다. 지난 26일 김현준 국세청장 인사청문회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고시 시행 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달라”고 주문하자 김 청장은 “부작용이 없도록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하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한편 그간 리베이트 규제 강화에 반발했던 주류 관련 단체들은 지난 27일 회의를 갖고 국세청 고시에 따르기로 합의했다. 행정예고 이후 업계와 국세청이 비공개 회의 등으로 꾸준히 절충점을 모색했고, 주류 제조ㆍ수입사도 리베이트 규제를 받아들이면 비용이 절감되는 만큼 공급가 조정에 나설 의향도 내비쳤다. 회의에 참석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류 업계의 고질적인 리베이트를 없애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방향성에 각 분야 대표들이 합의했고, 상대적으로 혜택이 줄어드는 대형 도매상도 대승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규제에 반대해왔던 이해 당사자들이 ‘수용’으로 돌아선 만큼 국세청이 고시를 시행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행정예고 기간 동안 접수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관련 단체와의 회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제도 수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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