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헌율 전북 익산시장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에겐 자녀가 없습니까. 누가 당신 자녀에게 모욕감을 주면 어떻게 할 겁니까”
몽골에서 건너와 한국인과 결혼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한 이주 여성은 28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이렇게 외쳤다.
정헌율(61) 전북 익산시장의 “잡종 강세·튀기” 발언 후폭풍이 거세다. 정 시장은 지난달 다문화자녀에 대한 혐오성 발언으로 논란이 된 직후 자숙하겠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한국에 정착한 이주 여성들의 분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급기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등 13개 단체는 이날 인권위에 정 시장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하고 사퇴를 촉구했다. 이날 집회엔 주최 측 추산으로 이주여성, 다문화 가정 어린이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진정서 접수에 앞서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번 사건은 ‘잡종’이나 ‘튀기’라는 혐오표현을 사용한 것만으로도 대단히 문제적이나, 무엇보다 정헌율 시장이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들을 잠재적 위험요소로 낙인 찍고 언제든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주의를 기울여 관리해야 하는 특수한 존재로 대상화한 것에 대해 우리는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절망을 느낀다”며 “책무를 위반한 익산시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선 다문화 가정 자녀에 대한 차별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베트남에서 온 이주 여성 이유리씨는 “우리 아이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다. 차별해선 안 된다”며 “아이들이 보호받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이주 여성 이유진씨는 “잡종 발언을 듣고 사전을 찾아봤더니 ‘이종의 교배에 의해 생긴, 유전적으로 여러 종의 유전자가 섞인 생물’이라는 뜻이었다”며 “지구상에 과연 100% 순혈인 한국인이 있는가”라며 항의했다.
국회 앞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정 시장이 소속된 민주평화당 중앙당사를 항의 방문했다. 이주여성들은 이날 광주 시청, 익산 시청 등에서도 정 시장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한편 정 시장은 지난달 11일 전북 익산 원광대학교에서 열린 ‘2019년 다문화가족을 위한 제14회 행복나눔운동회’에서 “생물학적, 과학적으로 얘기한다면 잡종강세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며 “똑똑하고 예쁜 애들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프랑스)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그는 이후 언론과의 해명 인터뷰에서 “‘튀기’들이 얼굴도 예쁘고 똑똑하지만 튀기라는 말을 쓸 수 없어 한 말이다”이라고 말하면서 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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