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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광고계는 ‘펨버타이징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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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광고계는 ‘펨버타이징 질주’

입력
2019.06.29 04:4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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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을 주체적ㆍ능동적 존재 부각… 미래세대 위해 성 고정관념 깨기 

P&G가 2014년 선보인 슈퍼볼 광고 ‘여자애처럼(#LikeAGirl)’의 두 장면. 똑같이 ‘여자애처럼 달려 보라’고 하자 성인 남녀와 소년은 우스꽝스럽게 뛰지만 진짜 어린 여자아이는 가능한 한 빨리, 힘껏 달린다. 유튜브 캡처
P&G가 2014년 선보인 슈퍼볼 광고 ‘여자애처럼(#LikeAGirl)’의 두 장면. 똑같이 ‘여자애처럼 달려 보라’고 하자 성인 남녀와 소년은 우스꽝스럽게 뛰지만 진짜 어린 여자아이는 가능한 한 빨리, 힘껏 달린다. 유튜브 캡처

카메라 앞에서 “여자애처럼(#LikeAGirl) 달려 보라”고 하자 성인 남녀와 소년은 우스꽝스럽게 뒤뚱거리며 팔짝팔짝 뛴다. 두 손을 흔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같은 주문을 하자, 여자아이들은 그저 힘껏 달리기를 할 뿐이다. ‘여자애처럼’이란 표현이 어떤 뜻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아이는 “가능한 한 빨리 뛰라는 뜻 아닌가?”라고 되묻는다. 이는 ‘여자애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 연상되는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P&G의 생리대 브랜드 ‘올웨이즈(Always)’가 선보인 이 광고는 2014년 슈퍼볼 당시 상영돼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이처럼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여성을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존재로 부각시키는 페미니즘 광고가 크게 늘어나면서 ‘펨버타이징’(Femvertising: Feminism + Advertising)이란 용어도 생겨났다. 미국에서는 이런 종류의 광고에 대해 시상하는 ‘펨버타이징 어워드’도 있다. 2015년부터 매년 수상작을 선정한다.

가장 먼저 이 같은 변화가 일어난 것은 여성이 주된 소비자인 생활용품이나 화장품, 의류 등의 광고에서다. 과거에는 주된 소비층이 여성인 상품 광고조차 여성을 가사와 육아의 전담자로 묘사하는 등 성차별적 요소를 담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남녀 모두 또는 남성이 사용하는 형식으로 성 역할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광고가 제작되고 있다. 또한 자동차 등 남성이 주 소비층인 제품 광고의 경우 여성의 신체를 부각하거나 야릇한 표정을 짓도록 하는 등 과도하게 성적 대상화하는 경향이 컸으나 최근에는 줄어드는 추세다.

미래를 이끌어나갈 아이들 세대에게 성별 고정관념을 심어주지 않으려는 노력도 이어진다. 여자아이들에게 소꿉놀이와 인형, 남자아이들에게 공구 장난감을 판다는 관념은 아직까지도 공고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전통적인 성별관념과는 반대로 남녀 아동 모델을 배치하거나 남녀 아이들을 의도적으로 모두 등장시키는 식으로 카탈로그를 제작하는 장난감 회사도 있다.

아직 한국에서는 ‘펨버타이징’이라 할 만큼 적극적으로 여성의 주체성을 강조하거나 전통적인 성 관념을 뒤엎는 광고가 많지는 않다. 오히려 아직까지도 여성 모델의 외모와 몸매만 부각하거나 가사 노동이나 육아가 여성의 몫인 것처럼 묘사하는 등 과거의 고정관념을 벗어나지 못해 비판 받는 사례가 여전하다. 다만 삼성생명의 ‘시대가 변했다’처럼 과거의 고정관념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보기 드문 광고도 하나 둘 나오고 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성차별과 성 역할 고정관념에 도전한 광고 사례 


2016년 인도의 데오도란트 브랜드 ‘HE’가 만든 보디 스프레이 광고는 기존의 성차별적 광고를 비꼬는 내용으로 반향을 일으켰다. 남자 모델이 감독의 주문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야릇한 표정을 짓거나 아이스바를 핥아 먹는 등의 행동을 하며 기존의 광고에서 여성 모델을 성적 대상화했던 장면을 ‘미러링’한다. 이후 주인공 모델은 “제품을 팔기 위해 여성을 대상화할 필요는 없다”고 일침을 놓으며 마무리한다. 스토리나 연출도 파격적이지만 무엇보다 유머러스해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스페인 장난감 회사 ‘토이 플래닛’은 성 역할 고정관념이 뿌리깊은 장난감 업계에서 이를 의식적으로 뒤집는 카탈로그를 만들어 화제가 됐다. 토이 플래닛의 카탈로그에서 남자 어린이는 유모차를 밀거나 인형 놀이를 하고 여자 아이가 중장비 기계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도 한다. 부엌놀이는 남녀 모두가 함께 한다. 어렸을 때 주어지는 장난감이나 무심코 던지는 성차별적 발언이 아이의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시도로 평가 받았다.


2018년 3월에 바비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더 많은 롤모델(#MoreRoleDodels)’ 광고를 내놓았다. 바비 인형은 한때 ‘키 크고 마른 백인 금발 여성’이라는 미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어 주는 대표적인 장난감으로 비판을 받았으나, 점차 다양한 인종과 직업군의 인형을 내놓으며 소녀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 브랜드로 바뀌려는 노력을 해 왔다. ‘더 많은 롤모델’ 시리즈에서는 여성 과학자(수학자), 운동선수, 영화감독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족적을 남긴 여성의 인형을 통해 소녀들에게 진취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내 주방용기 브랜드 락앤락이 살균 기능이 강조된 소형가전과 주방용품 등을 내면서 광고 모델로 서장훈을 내세웠다. 모델이 방송 등에서 청결하다는 이미지를 구축했기 때문으로 보이지만, 가사, 주방, 육아는 여성 몫이라는 기존 고정관념을 깨고 소형가전과 도마 등 주방용품에 남성 모델을 기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삼성생명의 ‘시대가 변했다’ 편은 국내 보기 드물게 성차별적 고정관념에 정면으로 도전한 광고다. ‘SKY캐슬’에 출연해 더 인기를 얻은 배우 김병철이 먼저 편견 섞인 질문을 하면 다른 인물들이 이에 반하는 대답을 해 시청자에게 깨달음을 준다. “애 때문에 열심히 벌어야겠어”라고 말을 건네자 “육아휴직 냈습니다”라고 말하는 남성 직원, “취업 준비 하느냐”고 묻자 “제가 여기 사장인데요”라고 답하는 젊은 여성, “손주 보고 오시나 봐요” 하자 “면접 보고 오는데”라 대답하는 여성 노인 등 세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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