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본보 지적 후 8개 대형 증권사와 긴급 회의
“혁신기업 투자 미흡… 제도 개선 검토할 것”

금융당국과 대형 증권사들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이 스타트업ㆍ벤처 등 모험자본에 전혀 투자되지 않고 있다’는 본보 보도(26일자 1, 5면)와 관련해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혁신기업 투자가 미흡함을 인정하면서 향후 제도 개선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28일 김정각 자본시장정책관 주재로 대형 증권사 8곳(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의 담당 임원을 모아 ‘기업금융 공급 및 발행어음 운용 현황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증권사들은 모두 자기자본 3조원 이상으로 향후 발행어음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잠재 후보’들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모험자본 투자 부진 실태에 대한 당국의 당부와 증권사들의 다짐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우선 “업계와 정부가 좀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스타트업ㆍ벤처 투자를 늘릴 방안 등을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기업금융 중심의 자산 확대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안정적 수익률 달성이 가능한 운용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투자 실적도 확대 하겠다”고 약속했다.
금융위는 회의 후 보도자료를 통해 “발행어음 사업이 아직은 초기여서 시간을 두고 평가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당국과 증권사들은) 당초 기대보다 대형 증권사들의 혁신기업 투자가 미흡한 측면도 존재한다는 데 인식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위는 “대형 증권사들이 혁신성장 지원, 투자 수익률 제고 등을 위해 벤처ㆍ중소기업 등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혁신기업에 대한 증권사들의 자금 공급이 보다 확대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 필요성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만기 1년의 단기 발행어음 자금으로 벤처기업 등에 장기 투자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업계 일각의 주장에 대해 금융위는 단호한 입장을 내비쳤다. “애초 자기자본 4조원 이상으로 손실 흡수능력을 갖춘 회사에만 발행어음을 허용하기로 한 것은, 이 같은 위험요인을 충분히 검토해 제도를 설계한 것”이라고 금융위는 강조했다. 구조적으로 만기가 맞지 않아 벤처 등에 대한 투자가 어렵다는 업계의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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