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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기업사냥 1만명 울린 ‘개미 도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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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기업사냥 1만명 울린 ‘개미 도살자’

입력
2019.06.28 15:01
수정
2019.06.28 22:1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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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사채 빌려 우량 中企 M&A

회삿돈 빼돌려 다른 기업 또 인수

코스닥 기업 상장폐지 위기 몰려

개미도살자들의 연쇄 기업사냥 과정. 그래픽=김경진 기자
개미도살자들의 연쇄 기업사냥 과정. 그래픽=김경진 기자

우량 중소기업을 무자본으로 인수합병한 뒤 회사자금을 빼돌리던 기업사냥 조직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개인 투자자를 농락한다고 해서 ‘개미(소액주주) 도살자’로 불리던 이들의 범행으로 피해를 본 소액주주만 1만명, 피해액은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태권)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 혐의로 지와이커머스 실소유주 이모(62)씨와 사장 곽모(49)씨 등 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공범인 이사 2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씨 등은 기업 인수ㆍ합병(M&A) 시장에서 고이율 단기사채를 동원해 현금성 자산이 많은 기업의 경영권을 장악한 뒤 경영은 도외시한 채 자금만 빼내 곧바로 다음 타깃을 노리는 ‘묻지마식 기업사냥’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 4월 기업 간 전자상거래(B2B) 전문업체 지와이커머스를 무자본으로 인수한 뒤 회사 보유자금 500억원을 페이퍼컴퍼니에 대여한 것처럼 꾸며 회삿돈을 빼돌린 게 대표적이다. 지와이커머스는 2006년 코스닥에 상장돼 2016년 매출 276억원을 기록하는 등 업계 수위권을 차지했으나 이들의 범행 이후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앞서 이씨 등은 2011년에도 같은 수법으로 I사를 인수해 수백억원대 회사자금을 빼돌려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출소 이후에도 범행은 그치지 않았다. L사와 K사를 순차 인수했고 여기서 빼돌린 자금을 기반으로 지와이커머스를 인수했다. 지와이커머스에서 돈을 빼돌린 이후에는 다시 조선기자재 제조업체인 H사 인수를 시도하기도 했다. L사와 K사는 과다부채, 자본잠식으로 결국 상장폐지됐다.

이씨는 인수합병 이후 친인척과 지인들을 임원이나 이사로 앉혀 회사를 장악했다. 지와이커머스 사장이 된 곽씨는 이씨 처남이었고 이사 중 한 명은 이씨의 조카였다. 이후 회사에서 점령군 행세를 하며 스스로 수억원대 연봉을 책정해 중복 지급받기도 했다. 그는 벤츠 마이바흐, BMW, EQ900 리무진 등 최고급 차량을 회사명의로 리스해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인카드로 유흥업소도 드나들었다.

이씨는 지난달 발생한 ‘경기 양주 부동산업자 살해 사건’에도 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살인사건의 피해자 박모(56)씨와 손잡고 조선기자재 제조업체인 H사 인수 시도에 나섰던 장본인이 이씨였다. 하지만 H사 사냥을 두고 갈등을 벌이다 고소전이 벌어져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씨는 잠적했다. 박씨는 이후 경기 양주시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용의자는 호남 최대의 폭력조직 ‘국제PJ파’ 부두목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숨진 뒤 도피 생활을 하던 이씨는 최근 검찰의 추적에 덜미가 붙잡혔다. 검찰은 이씨 일당이 L사와 K사에 끼친 피해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면서 횡령금의 사용처를 규명해 환수할 방침이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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