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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러슨 전 미국 국무장관 “재임 시절 쿠슈너에 ‘패싱’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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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러슨 전 미국 국무장관 “재임 시절 쿠슈너에 ‘패싱’ 당했다”

입력
2019.06.2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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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 틸러슨 미국 전 국무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렉스 틸러슨 미국 전 국무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초대 국무장관을 지낸 렉스 틸러슨 전 장관이 재임 기간 외교 업무에서 종종 배제됐다는 증언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외교 수장인 틸러슨 전 장관에게 알리지 않은 채 별도 외교 만남을 갖고 전략을 수립했다는 것이다. 쿠슈너 고문이 백악관 외교정책의 숨은 실세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틸러슨 전 장관이 지난달 21일 미 하원 외교위 비공개 회의에서 재임 시절 자신이 겪었던 업무 ‘패싱’에 대해 털어놨다고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증언록에 따르면 쿠슈너 고문과 스티브 배넌 당시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지난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지도자들을 만나 카타르 봉쇄 계획을 논의했다. 하지만 틸러슨 전 장관은 이 자리에 초대받지 못한 것은 물론 만남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다. 그는 이에 대해 “화가 났다”며 “난 발언권을 갖지 못했고, 국무부의 의견은 결코 표명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번은 자신을 빼놓은 외교 만남을 우연히 목격하기도 했다. 틸러슨 전 장관이 방문한 워싱턴 한 식당에서 쿠슈너 보좌관이 루이스 비데가라이 당시 멕시코 외무장관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식당 주인이 알려준 것이다. 틸러슨 전 장관은 “(비데가라이) 외무장관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는 걸 볼 수 있었다”며 “난 그에게 ‘워싱턴에 온 것을 환영한다. 당신이 하는 일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지만, 다음에 올 때는 내게 전화를 달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특히 쿠슈너 고문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종종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미-사우디 미래 관계 로드맵을 직접 진전시킨 뒤에 틸러슨 전 장관에게 사우디 관리들과 만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또 쿠슈너 고문이 국무부나 미 대사관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해외 국가를 방문하는 것에 대해 틸러슨 전 장관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틸러슨 전 장관은 대통령의 사위가 백악관에 고문으로 있는 것 자체가 “독특한 상황”이라며 “그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다”고 했다.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AFP통신은 이 같은 증언이 트럼프 행정부 내 쿠슈너 고문의 비정통적이고 강력한 역할과 틸러슨 전 장관이 재임 시절 직면해야 했던 어려움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NYT는 “쿠슈너가 틸러슨이나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 몰래 가장 민감한 외교정책 문제를 관리하려 했다”고 전했다. 현재 백악관에서 중동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쿠슈너 고문은 최근 백악관이 공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 해결 등 중동평화를 위한 경제계획 ‘번영을 향한 평화’를 주도하기도 했다.

틸러슨 전 장관은 재임 기간 대북문제 등 각종 주요 외교ㆍ안보 현안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시때때로 충돌하다 지난해 3월 경질됐다. 그는 퇴임 후인 지난해 12월 휴스턴에서 열린 한 모금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에게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 자주 말했는데, 나는 그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만 그 방식으로는 할 수 없다'고 말해야 했다"면서, 그 이유는 "그가 말한 방식이 불법"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 전 장관이 “매우 멍청하고 게을렀다”고 험담을 퍼부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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