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의 트렌드는 말 그대로 효율성과 환경에 대한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수 많은 브랜드들은 전동화 파워트레인 개발에 힘을 쓰고 있고, 낮은 단계의 전동화 기술이었던 마이크로 및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새로운 ‘재발견’ 등을 하며 노력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이와 함께 다운사이징의 흐름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엔진의 배기량을 절대적으로 줄이며 터보의 힘을 빌려 주행 성능 및 유지비의 절감을 모두 구현하는 것으로 시대 트렌드에 가장 대중적인 ‘내연기관 기반의 대응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흐름 속에 3기통, 1.35L의 터보 엔진을 품은 ‘쉐보레 더 뉴 말리부 E-터보’가 데뷔한 것이다.
더 뉴 말리부는 쉐보레의 패밀리 룩을 강화한 새로운 디자인을 통해 차량의 체격을 조금 키웠다.
실제 기존 말리부(올 뉴) 대비 10mm 가량 늘어난 4,935mm의 전장을 갖췄다. 전폭과 고는 각각 1,855mm와 1,465mm으로 기존과 큰 차이가 없지만 여전히 크고 넉넉한 중형 세단의 여유가 드러난다. 참고로 공차중량은 1,400~1,415kg로 묶어내 최신 GM의 차체 및 경량화 기술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더욱 날렵하고 스포티한 감성을 품다
더 뉴 말리부의 디자인은 말 그대로 더욱 스포티하고, 더욱 감성적인 디자인이다.
GM, 특히 쉐보레의 디자인은 사실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 있는데 굳이 표현을 하자면 ‘Young & Sport’라 설명할 수 있다. 적극적이고 활기찬, 그리고 긍정적이라는 그들의 디자인 키워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발전하고 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근래 쉐보레가 선보이고 있는 디자인들의 공통된 특징이라는 크롬 가니시를 강조한 ‘듀얼 포트 그릴’과 날렵한 헤드라이트를 품고 있다는 점이다. 픽업트럭 및 대형 SUV들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이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고, 더 뉴 말리부 또한 이러한 디자인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실제 날렵하게 다듬은 프론트 그릴, 헤드라이트의 조합이 이를 효과적으로 제시한다.
8세대 말리부까지 말리부는 임팔라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그리고 전통적인 세단의 실루엣을 갖춘 GM의 주된 포트폴리오 중 하나였다. 하지만 9세대에 이르며 이를 조금 비틀어, 더욱 날렵하고 스포티한 패스트백 세단의 실루엣을 적용하게 됐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GM의 패스트백 경험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나 9세대 말리부 특유의 매력적이고 스포티한 측면의 실루엣, 그리고 볼륨감을 강조한 C 필러 및 리어 펜더의 디자인을 완성도를 보고 있자면 그저 감탄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19인치 휠 또한 제법 스포티한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 한다면 역시 후면 디자인이다. 듀얼 타입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새롭게 다듬는 그 컨셉은 좋았지만 굳이 이렇게 디자인 변화를 더해야 했을지는 의구심이 든다. 이외의 요소들은 기존의 말리부와 큰 차이가 없으며 E-터보 모델은 머플러 팁을 숨기는 바디킷을 적용해 깔끔함을 강조했다.
계기판, 그리고 마이링크의 변화
쉐보레 더 뉴 말리부는 물론이고 GM에 속한 대부분의 차량들은 유독 국내 소비자들에게 실제 실내 공간 및 실내의 구성 요소들이 제 가치를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고급스러운 소재를 한 가득 채워 넣은 캐딜락 또한 비슷한 평가를 받는 게 현실이다.
더 뉴 말리부를 위해 쉐보레는 디스플레이 패널의 크기를 늘리고 디자인을 개선한 계기판을 적용하고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개선을 이뤄낸 마이링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더했다. 두 요소는 듀얼콕핏의 공간감을 극대화하는 말리부 고유의 대시보드 및 센터페시아와 어우러지며 시각적인 개방감을 한층 끌어 올렸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의 마이링크는 모두 더욱 우수한 시인성과 그래픽을 통해 만족감을 높인다. 덧붙여 마이링크의 경우에는 부팅 직후를 제외한다면 전체적인 기능의 작동 속도가 개선되고, 내비게이션 시스템 또한 더욱 만족스러운 반응과 작동 성능을 과시한다. 그리고 트림에 따라 달리 적용되지만 ‘보스 사운드 시스템’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 될 것이다.
중형 세단이지만 준대형 세단이 부럽지 않은 게 바로 말리부다.
실제 더 뉴 말리부의 1열 공간은 체형을 가리지 않고 안락함을 물론 풍성한 쿠션으로 장거리 주행과 적극적인 주행 상황에서 운전자를 지지해주는 시트부터 스티어링 휠의 넓은 틸팅, 텔레스코픽 범위, 헤드룸과 레그룸의 확보까지 전체적인 부분에서 뛰어난 만족감을 준다.
다만 2열 공간은 다소 호불호가 나뉘는 게 사실이다. 기본적으로는 넉넉한 휠베이스를 통해 체격이 큰 탑승자라도 레그룸에서 답답함을 느낄 가능성을 대폭 낮췄지만 탑승자에 따라 2열 등받이 시트의 각도 및 쿠션감에 대한 불만이 있기 때문이다. 대신 C 필러의 형상 대비 헤드룸을 넉넉히 마련한 부분은 긍정적이다.
2열 시트 뒤쪽으로 마련된 447L의 공간은 패밀리 세단으로서 준수한 수준이며, 트렁크 공간에 있는 ‘폴딩 트리거’를 당겨 2열 시트의 접을 수 있어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다만 8세대 말리부의 적재 공간이 500L를 상회했던 기억이 있는 만큼, 일부 고객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CSS 기반의 ‘라이트-사이징’ 터보 엔진
더 뉴 말리부 E-터보의 핵심은 바로 CSS(Cylinder Set Strategy)를 기반으로 한 1.35L E-터보 엔진이다. GM의 미래 전략 중 하나인 CSS는 기존 블록 기반의 엔진 개발을 실린더 단위로 쪼개 무게 및 제작 단가는 물론이고 출력 및 효율성, 그리고 패키징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이를 통해 1.35L의 작은 배기량임에도 불구하고 156마력과 24.1kg.m의 준수한 출력을 확보했으며 GM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CVT를 조합해 주행의 만족감을 높이는 모습이다. 이러한 조합을 통해 기존 말리부 1.5 터보 사양 대비 우수한 가속력을 확보했고 리터 당 13.3km/L의 복합 연비를 갖췄다.(도심 12.2km/L 고속 14.9km/L *19인치 휠/타이어 기준)
가볍게 즐기는 중형 세단
개인적으로 말리부라고 한다면 단연 2.0 터보 사양을 최고로 생각하는 편이다.
하지만 사실 대중적인 시장과 소비자들을 고려한다면 E-터보가 합리적인 구성이다. 게다가 라이트사이징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만큼 차량의 무게를 덜어내고 기존 2.0L NA 사양 대비 유지 비용을 덜어낸다는 점은 무척이나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실제 시동을 걸어보아도 시동 순간에는 3기통 엔진의 존재감이 살짝 드러나지만 아이들링 이후부터는 3기통 엔진이라는 느낌이나 혹은 엔진음이 크게 전해지는 건 아니다. 굳이 따진다면 냉간 시에는 살짝 크게 느껴질 뿐 전체적인 정숙성은 상당히 우수한 편이었다.
그렇다면 대중들이 우려하는 실제 주행의 만족감은 어떨까?
사실 E-터보 사양이 데뷔하며 곧바로 ‘서킷’을 달리며 그 달리기 실력을 경험해본 적이 있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타본 사람은 안다’라는 것이다. 고회전 영역까지 엔진을 몰아 세웠을 때에는 3기통 특유의 사운드가 들리지만 신형 쏘나타의 이상한 소음에 비한다면 훨씬 잘 다듬어진 ‘소리’로 느껴질 뿐이다.
156마력과 24.1kg.m의 토크도 충분하다. 실제 서킷은 물론이고 일상적인 주행, 그리고 고속 주행을 이어가더라도 출력에 대해 크게 아쉬움은 없다. 터보 엔진이라 출력이 전개되는데 반템포 정도 늦은 감각은 곧 적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참고로 개인적인 기준으로 본다면 절대적인 출력, 배기량의 여유는 부족할 수 있지만 적어도 2.0L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한 일반적인 중형 세단에 기대하는 수준은 충분히 만족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CVT 또한 긍정적인 평가에 힘을 더한다. CVT의 명가라할 수 있는 자트코의 엑스트로닉 CVT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의 완성도를 갖춰 발진부터 가속 상황, 그리고 정속 주행에 이르기는 전 과정에서 군더더기 없는 모습이다.
부드러움을 앞세워야 할 일상적인 수준은 물론이고 엔진을 충분히 활용하는 드라이빙에 있어서도 상황에 따라 능숙히, 그리고 제법 기계적인 질감을 전달하며 드라이빙의 가치를 높이는 모습이다.
차량의 움직임이나 움직임에서 느껴지는 밸런스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경쟁 모델들 대비 차량이 큰 편이지만 무게가 가볍고, 또 보닛 아래의 엔진 또한 작고 가벼운 편이라 그런지 조향에 따른 차량의 반응이 기존의 말리부 덕분에 한층 가볍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참고로 해당 부분에 대해 GM 측에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덧붙여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일체감에 있다. 차량이 길고 또 휠베이스가 긴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전륜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후륜의 추종성도 상당히 우수하다. 덕분에 9세대부터 강조된 ‘말리부의 라이드 앤 핸들링 퍼포먼스’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참고로 이러한 움직임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섀시 기술은 물론이고 서스펜션 및 제동 부분의 완성도가 요구되는데 확실히 GM과 쉐보레의 강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섀시 개발 능력은 이제 ‘대중 브랜드’ 중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만 차량의 성격 상 시승 차량처럼 19인치 휠을 적용하기 보다는 차라리 18인치나 17인치처럼 조금 작은 타이어를 사용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고, 한국지엠 측에서도 매력적인 디자인의 17, 18인치 휠을 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됐다.
좋은점: 출력과 효율성, 그리고 유지비에서 이뤄낸 ‘라이트사이징’
아쉬운점: 소비자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의 부재
가볍게, 그렇지만 진하게 느끼는 중형 세단
자동차를 소유하고 운영할 때에는 자동차 가격은 물론이고 유류비와 세금, 보험 등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더 뉴 말리부 E-터보는 꽤나 매력적인 제안이다. 중형 세단의 여유는 한껏 강조하면서도 유지 및 효율성의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모델이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에 대한 불신, 불안감은 여전히 이어질지 몰라도 한국지엠 스스로가 노력하고 있고, 더 뉴 말리부 자체의 경쟁력은 확실하니 한 번 정도 더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적어도 ‘000를 산 당신의 잘못이다’라는 소리는 듣지 않을 테니 말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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