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플래그십 세단 시장을 살펴보면 단연 메르세데스-벤츠 S 클래스가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며 톱 티어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BMW 7 시리즈의 경우에는 S 클래스와의 어느 정도 격차를 둔 채로 자신의 자리를 탄탄히 지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BMW 코리아는 새로운 디자인과 한승 개선된 상품성을 더한 ‘더 7’을 새롭게 공개, 출시했다. 더 7은 대대적인 디자인 변화를 통해 기존의 6세대 7 시리즈와 완전히 다른 존재감을 과시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톱티어와는 다른 스타일로 BMW만의 플래그십을 걷고 있는 7 시리즈의 최신 모델, ‘더 7’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새로운 변화를 더한 BMW 더 7은 체격의 소소한 변화를 더하며 그 존재감을 강조한다.
시승 차량인 BMW 740Li xDirve M 스포츠 패키지 기준으로 6세대 7 시리즈 대비 22mm가 늘어난 5,260mm의 전장을 품었다. 이를 통해 현재 메르세데스-벤츠 S 클래스 롱버전과 동일한 길이를 확보했다. 전폭과 전고는 1,902mm와 1,479mm로 경쟁 모델들과 유사한 모습이며 휠베이스는 더 7이 페이스 리프트 모델인 만큼 3,210mm로 기존의 7 시리즈와 동일하다.
대담하게 변화된 존재, 더 7
BMW 더 7의 핵심은 바로 마치 풀체인지 급의 변화가 느껴지는 디자인에 있다.
크리스 뱅글이 BMW 디자인 리더에서 내려 온 이후 특별한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생각했던 것을 단번에 타파한다. 디테일한 부분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더 7은 기존의 7 시리즈 대비 더욱 단단한 금속 덩어리의 질감이 돋보인다.
특히 금속의 질감이 돋보이는 외장 컬러를 품었을 때에는 선과 면, 그리고 음각의 조화가 연출하는 실루엣과 존재감이 더욱 돋보여 멀리서도 플래그십의 감성이 확실히 드러난다. 이 부분은 더 7의 확실한 매력이자, 기존 7 시리즈 대비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는 부분이다.
다만 더 7의 새로움을 이끄는 디자인 변화는 말 그대로 호불호가 갈린다는 점이다. 기존 7 시리즈 대비 두 배 이상 커진 키드니 그릴과 이전보다 얇게 그려진 헤드라이트가 더해진 조합은 BMW X7이나 BMW 더 8 등과 유사한 모습이라 ‘BMW의 하이엔드 디비전’의 감성이 확실히 드러난다.
다만 이러한 구성은 마치 최근 중국에서 유행하는 음각으로 패인 큼직한 프론트 그릴과 얇은 헤드라이트를 조합한 디자인이 살짝 떠오르기 때문이다. 물론 디테일이나 스케일 등에 있어서는 비교 자체가 웃기지만 구성 자체는 기시감이 든다는 것이다.
전면의 변화에 비해 측면의 변화는 크지 않다. 전륜 펜더 뒤쪽에 자리한 에어 브리더를 수직으로 그려 차량의 실루엣을 더욱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이 주된 특징이며 M 스포츠 패키지의 휠이 더해져 시각적인 만족감을 높인다.
이어지는 후면 디자인에서는 완전히 새롭게 구성된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통해 이미지를 완전히 개선했다. 기존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대비 높이를 줄인 날렵한 램프에 양 램프를 하나로 그려내는 디테일을 더해 차량의 전폭을 더욱 넓게 연출했다.
이와 함께 스포티한 감성이 더해진 바디킷을 통해 M 스포츠 패키지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디테일을 더한 더 7의 실내 공간
BMW 더 7의 실내 공간은 기존의 7 시리즈 대비 전체적인 구성에는 큰 차이가 없다. 대신 차량 곳곳에 더해진 디테일의 변화를 통해 플래그십 세단의 감성을 보다 확실히 드러내고, 각종 소재 또한 한층 개선하며 운전자와 탑승자 모두의 만족감을 높이는 모습이다.
고해상도 12.3인치 디스플레이 패널로 제작된 계기판을 적용해 최신 BMW의 감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건 물론이고 10.25인치 와이드 디스플레이 패널과 고급스러운 소재가 더해진 대시보드가 보다 진취적이고 미래적인 플래그십 세단의 감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그 중심에 M 엠블럼이 더해진 스티어링 휠이 자리해 ‘M 스포츠 패키지’의 존재감을 더하는 모습이지만 스티어링 휠의 M 엠블럼을 제외한다면 실내 공간에서는 ‘M 스포츠 패키지’의 감성이 느껴지는 요소가 별로 없다는 건 여전한 아쉬움의 이유일 것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기존 7 시리즈 자체가 워낙 뛰어난 만큼 큰 변화가 느껴지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인 내비게이션과 라디오, 오디오 시스템 및 블루투스, 그리고 차량의 다양한 정보와 기능을 손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자동차 사운드 시스템 중 최고로 평가할 수 있는 B&W 사운드 시스템까지 더해져 그 만족감을 높인다.
다만 차량에 워낙 다양한 기능이 더해진 만큼 각종 기능을 편리하게 사용하기엔 제법 오랜 적응 시간이 필요한 점은 어쩔 수 없어 보였다.
공간의 여유, 그리고 가치이 중요한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더 7의 실내 공간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먼저 다이아몬드 퀼팅을 곳곳에 적용해 시각적인 매력을 높이며 레그룸이나 헤드룸, 그리고 시트의 크기 등에서 높은 만족감을 제시한다. 다만 예상한 것보다 시트의 높이가 높은 점, 그리고 시트의 쿠션감이 상당히 단단한 점은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았다.
2열 공간의 여유 또한 충분하다.
체격이 큰 남성이 다리를 꼬고 앉더라도 충분한 여유를 품고 있으며 디테일을 더한 실내 요소들이 곳곳에 자리하며 시각적인 매력을 높인다. 특히 재털이의 팝업 모션은 정말 고급스럽게 잘 다듬었다.
이외에도 두 개의 디스플레이 패널을 기반으로 한 2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과 각종 편의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태블릿 PC 등이 암레스트에 자리에 기능적인 요소들이 우수한 편이다. 다만 1열과 같이 시트가 다소 단단하게 느껴졌다.
직렬 6기통 엔진을 품은 더 7
시승을 위해 마련된 BMW 더 7은 바로 가솔린 라인업의 중심이 될 BMW 740Li xDrive M 스포츠 패키지로서 보닛 아래에는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이 자리한다.
이 엔진은 340마력과 45.9kg.m의 토크를 내며 8단 자동 변속기와 xDrive를 통해 네 바퀴로 출력을 전달한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BMW 740Li xDrive M 스포츠 패키지의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9.4km/L으로 체격 대비 준수한 모습이다.
기술로 빚은 더 7의 고집
시승을 위해 준비된 BMW 740Li xDrive M 스포츠 패키지의 도어를 열고 몸을 맡겼다. 고급스러운 실내 구성과 각종 요소들이 충분히 만족스러운 편이지만 시트의 높이가 다소 높은 점은 드라이빙의 감점을 보이고 있는 BMW로서는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시트의 높이는 다소 아쉬움이 있으나 12.3인치의 디스플레이 계기판과 한층 인식 감도가 좋아진 제스처 컨트롤, 그리고 B&W 사운드 시스템의 존재감이 돋보이는 요소들이 더해지며 감성적인 만족감을 한껏 끌어 올리는 모습이다.
가솔린 엔진 고유의 정숙함을 뒤로하고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340마력과 45.9kg.m의 토크가 발현되며 거대한 차체를 이끈다. 성능 자체가 아주 뛰어난 건 아니지만 트윈파워 터보 엔진의 매끄러운 출력 전개와 기민한 반응, 그리고 풍부한 토크가 발진부터 고속 영역까지 꾸준히 이어지며 엔진의 완성도를 한껏 뽐낸다.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부드러움과 힘이 더해진 모습이라면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 등으로 바꾸고 다시 한 번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과감히 밟아보면 풍부한 힘과 이를 과시하는 제법 매력적인 사운드를 통해 운전자의 감성적인 만족감을 한껏 끌어 올린다.
여기에 합을 이루는 8단 자동 변속기와 xDrive는 완성도 높은 엔진과 우수한 조화를 이루며 주행 내내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모습이다. 특히 xDrive의 경우에는 AWD 구동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후륜 쪽에 무게를 두며 드라이빙의 가치를 높인다. 다만 실제 변속 속도 및 RPM 상승에 비해 계기판의 그래픽이 반 템포 정도 빠르게 움직이는 점은 다소 의아한 부분이었다.
주행을 이어가면 이어갈수록 완성도 높은 드라이빙에 미소를 짓게 된다. 카본 코어 섀시 특유의 가볍고 경쾌한 반응과 조향에 대한 적극적인 반응 등이 더해지며 차체를 더욱 짧게 느끼도록 해 드라이빙의 즐거움이 한껏 살아난다.
하지만 주행 체험의 장소를 운전석이 아닌 2열 공간으로 옮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상적인 주행에서 기존의 BMW 대비 한층 부드럽고 여유로운 셋업을 추구하여 플래그십 세단의 감성을 명확히 느낄 수 있다. 다만 속도를 높여 달리기 시작하면 그 느낌은 완전히 달라진다.
앞서 말한 것처럼 차량 조작에 따른 피드백이 상당히 명확한 편이라 주행 내내 자잘한 스트레스가 쌓이는 모습이다.
특히 노면의 변화와 진동은 특별한 여과 없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모습이다. 실제 요철 및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에는 운전자의 운전 실력에 따라 당황스러울 정도의 충격이 전해지기도 했다. 게다가 급격한 가속 상황에서는 시트의 단단함이 느껴져 조금 불편한 승차감이 연출되는 모습도 있었다.
또 2열 센터 암레스트에 자리한 태블릿 PC도 조금 난감한 부분이다. 2열 공간의 다양한 기능을 모두 조작할 수 있는 태블릿 PC는 그 자체로는 분명 매력적이다. 다만 전통적인 VIP들이 이러한 기능을 사용하기란 다소 난해한 편이라 1열의 탑승자가 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좋은점: 대담한 디자인 변화, 기술적인 진보
아쉬운점: 모호한 BMW식 플래그십의 아이덴티티, 호불호가 갈리는 디자인
매력적이지만 대안이 머리 속을 채우는 존재
BMW 더 7은 주행을 하고 난 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매력적인 부분이 분명 존재했지만 2열 탑승자를 중심으로 하는 플래그십 세단이라 말하기엔 조금 아쉬움이 있었다. 그렇기에 스스로가 프로그레스-럭셔리라는 표현을 채용했을지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더 7은 VIP가 2열 공간이 아닌 1열 공간에 앉아 직접 스티어링 휠을 쥐고 달리는 주도적인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정체성을 더욱 명확히 드러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브랜드가 갖고 있는 좋은 것들을 모두 모은다고 최고의 작품이 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 그리고 지금의 애매 모호한 정체성이라고 한다면 740Li xDrive M 스포츠 패키지의 가격으로 더 높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차량의 조합이 먼저 떠오를 것 같다는 생각이 가득한 시승이었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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