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테니스 새 희망 권순우(22ㆍ당진시청)가 최고 역사의 메이저 테니스 대회 윔블던 본선 무대에 선다. 허리부상으로 4개월째 투어를 중단하고 있는 정현(23ㆍ한국체대)이 빠진 이 무대의 유일한 한국 선수가 됐다.
국내 선수 가운데 남자프로테니스(ATP) 단식랭킹이 가장 높은 권순우(126위)는 2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로햄튼의 뱅크오브 잉글랜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9 윔블던 테니스 대회 3차 예선에서 세계랭킹 191위 다니엘 브란즈(32ㆍ독일)를 꺾고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 선수가 이 대회 본선에 오른 건 2015년 정현 이후 4년만으로, 국내 테니스 역사를 통틀어서도 윤용일(46)과 이형택(43), 정현 이후 4번째다.
이틀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윔블던 예선 2회전에서 세계랭킹 190위 마크 폴만(호주)을 세트스코어 2-0(6-2, 6-2)으로 꺾고 최종 예선에 진출한 권순우는 이날 브란즈를 3-1(6-2 6-7<6-8> 6-1 6-0)로 물리쳤다. 5세트 경기로 치러져 다소 오랜 시간 경기를 펼칠 것으로 예상됐으나, 서브에이스를 18개 곁들이면서 2시간 21분 만에 승부를 냈다.
ATP랭킹 239위에서 이번 시즌을 시작한 권순우는 지난 5월 서울 챌린저 대회를 포함해 올해에만 2차례 ATP 챌린저 대회를 품는 등 두각을 나타내면서 어느덧 126위까지 끌어올렸다. 부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며 투어를 거르다 156위까지 떨어진 정현을 훌쩍 앞선 위치다. 지난해까지 권순우를 지도했던 윤용일 코치는 “지난해 성장 패턴으로 봤을 때 올해 ATP랭킹 100위권도 거뜬하다고 봤다”며 “올해 챌린저 대회 우승으로 자신감까지 높아져 윔블던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권순우가 메이저 대회 단식 본선에 진출한 것은 2018년 1월 호주오픈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권순우는 2017년 12월 중국에서 열린 호주오픈 아시아-태평양 지역 와일드카드 플레이오프 대회에서 우승, 메이저 본선에 처음 올라 1회전에서 탈락했다.
권순우는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비용 걱정 없이 투어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윔블던 예선을 치르던 최근 CJ제일제당과 후원 계약을 맺었는데, 정확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후원액과 최소한의 상금을 합하면 한 해 투어비용(3억원 추산)이 어느 정도 해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번 대회 상금도 두둑하다. 올해 윔블던 총상금은 지난해(3,400만 파운드)보다 400만 파운드 오른 3,800만 파운드(약 560억원)로, 권순우는 본선 1차전에서 탈락해도 4만5,000파운드(약 6,800만원)의 참가비를 거머쥐게 된다. 물론 한 차례 한 차례 승리를 쌓는다면 상금과 함께 명성도 크게 뛴다. 권순우는 “더 열심히 해 ATP 랭킹 100위 돌파는 물론 투어 대회 우승도 하고 싶다”며 “내년엔 도쿄 올림픽에도 출전해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권순우의 본선 1회전 상대는 28일 열리는 대진 추첨 결과에 따라 정해진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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