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ㆍ이민 이슈 놓고 격전… 트럼프도 시청, “지루하다” 반응
미국 민주당이 26일(현지시간) 대선 주자 간 TV 토론을 처음 갖고 2020년 대선 경선 레이스의 막을 올렸다. 내년 7월 민주당 전당 대회에서 대선 후보가 지명될 때까지 총 12회 열리는 경선 주자 간 TV토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항마뿐 아니라 민주당의 여론 지지세도 가늠할 수 있는 자리여서 흥행 여부가 주목된다.
민주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에이드리엔 아쉬트센터에서 NBC 방송 주최로 오후 9시부터 2시간 동안 토론회를 진행했다. 토론회에 참가하는 20명의 후보 중 10명이 나선 이날 토론회에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 코리 부커 상원 의원,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 의원, 베토 오로크 전 하원 의원, 훌리안 카스트로 전 주택도시개발 장관,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 등이 참여했다.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 뒤를 잇는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 등 나머지 주자들은 27일 토론회를 갖는다. 무작위 추첨으로 토론회 진용이 꾸려졌는데 공교롭게 첫날은 마이너리그, 둘째 날은 메이저리그처럼 양분됐다.
이날 토론회 참가자 중 유일한 지지율 상위권 주자인 워런 의원은 다른 주자들과 논쟁하기보다는 정부 주도 건강보험, 무상 대학 교육,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상 등 자신의 진보적 정책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의회전문매체 힐 등은 이날 토론회에서 워런 의원이 가장 두드러졌다며 “지지율 상승세에 추가적인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 예상했고 워싱턴포스트(WP)도 “자신의 대담하고 진보적인 정책 아이디어를 알리는 캠페인 효과를 얻었다”며 이날 토론의 승자로 워런 의원을 꼽았다. 뉴욕타임스는 이민 문제에서 토론을 주도한 카스트로 전 장관을 토론의 승자로 꼽았다.
이날 토론에서 민주당 주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선 일치된 모습을 보였으나, 건강보험과 이민 문제 등 여러 정책 현안에선 진보적 성향과 중도적 성향의 후보들이 이견을 보여 트럼프 시대에 맞서는 민주당의 이념적ㆍ정책적 지향을 두고 격론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으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TV토론을 지켜본 것으로 보인다. 그는 토론 전반이 끝난 뒤 트위터에 “지루하다”는 글을 남겼고, “NBC는 토론 중간에 그런 끔찍한 기술적 고장을 일으킨 데 대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비전문적인 페이크(가짜)뉴스 조직답다”라며 평소 불만을 터뜨려 온 NBC의 방송 진행 실수를 비꼬았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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