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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칙 개봉’ 스파이더맨, 시장질서 훼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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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칙 개봉’ 스파이더맨, 시장질서 훼손 논란

입력
2019.06.27 18:00
수정
2019.06.27 22:4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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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7월 1일 월요일 심야에 변칙 개봉을 해 시장 질서를 깨뜨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소니픽쳐스 제공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7월 1일 월요일 심야에 변칙 개봉을 해 시장 질서를 깨뜨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소니픽쳐스 제공

마블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스파이더맨2)이 개봉일을 사실상 이틀 가까이 앞당기는 ‘변칙 개봉’으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신작 영화는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개봉하는 게 관례이지만 ‘스파이더맨2’는 7월 2일 화요일로 개봉을 하루 앞당겼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이날 0시부터 상영을 시작한다. 사실상 1일 월요일 밤 12시 심야 개봉인 셈이다.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편성표에도 ‘스파이더맨2’ 첫 상영은 1일 24시 00분(밤 12시), 24시 50분(밤 12시 50분), 26시 45분(오전 2시 45분) 등으로 표기돼 있다. 개봉일 조조상영보다도 최대 7시간 이상 빠르다.

앞서 한국 영화 ‘범죄도시’(2017)와 ‘독전’(2018), 할리우드 영화 ‘미이라’(2017)와 ‘범블비’(2018) 등이 화요일 개봉을 추진한 적이 있지만, 이 영화들은 개천절(범죄도시)과 부처님오신날(독전), 현충일(미이라), 크리스마스(범블비)처럼 공휴일을 노린 전략이었다. 하지만 ‘스파이더맨2’의 개봉일은 공휴일이 아니다. 더구나 날짜가 바뀌는 0시부터 상영을 시작하는 건 극장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멀티플렉스 극장들에 따르면 ‘스파이더맨2’의 배급사인 소니픽쳐스가 개봉일과 개봉시간 등을 극장 측에 통보하면서 0시대에 상영관 배정을 요청했다고 한다. 개봉일을 정하는 건 배급사의 권한이다. 소니픽쳐스 관계자는 “미국 개봉일(7월 2일)에 맞춰 한국 개봉일도 결정한 것”이라고 27일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이 미국보다 최소 13시간(뉴욕)에서 최대 17시간(LA)까지 표준시가 빠르기 때문에 0시 첫 상영을 하면 미국보다 하루 먼저 개봉하는 셈이 된다. 상영 첫 주 관객수를 불려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속셈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영화 관계자들은 ‘스파이더맨2’의 변칙 개봉이 다른 중소 규모 영화들의 상영 기회를 빼앗는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직전 주 개봉작의 경우엔 4~5일 만에 ‘스파이더맨2’에 스크린을 내주어야 하는 셈이라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은 27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여러 환경 변화로 극장 개봉일이 수요일까지 당겨져 있는 상황에서 이젠 수요일을 넘어 화요일, 심지어 월요일 밤으로까지 앞당기겠다는 욕심의 화신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며 “할리우드의 히어로들을 앞세워 공정해야 할 한국 영화 시장 체계를 무력화시키는 소니픽쳐스의 배급 행보에 심각한 우려와 경고를 표한다”고 밝혔다.

투자배급사의 한 관계자는 “한국 영화의 경우 개봉일을 정할 때 시장 질서를 존중하는 최소한의 상생 정신이 작동하지만, 해외 직배사들은 경쟁작 상황을 눈치보지 않는다”며 “질서가 한 번 깨진 이상 다른 투자배급사들이 기존의 배급 전략을 앞으로도 유지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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