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의제 사전 조율이 목적… 30일 트럼프와 함께 워싱턴으로
미국의 대북 실무 협상을 총괄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보다 이틀 먼저 한국에 도착했다. 조속히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자는 메시지를 방한 기간 중 북한에 재차 보낼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27일 입국 직후 ‘북측 인사를 만날 거냐’, ‘최근 북측과의 접촉이 있었느냐’ 등 국내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인천국제공항을 빠져나갔다. 30일 서울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메시지 관리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자국 정부의 대화 재개 요청 수용을 거부하는 듯한 최근 북한의 반응도 의식했을 법하다.
외교부 등에 따르면 비건 대표의 방한 목적은 한미 정상회담 대북 의제 사전 조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29일 방한해 이튿날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이에 앞서 비건 대표는 28일 한국 측 북핵 수석대표이자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정상회담 의제들과, 어떻게 하면 교착 중인 북미 대화를 복원할 수 있을지 등을 협의한다. 그는 같은 날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예방하고 남북관계 전반과 정부가 추진 중인 대북 식량 지원 관련 상황들을 공유할 전망이다.
방한 기간 중 비건 대표가 북한과 접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소식통들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참석차 26일(현지시간) 출국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동 대신 “다른 형태로 이야기할지 모른다”고 언급하면서 그 다른 방식 얘기가 비건 대표를 통한 간접 대화일 수도 있다는 추측이 제기됐지만 준비 정황이 없는 데다 아직 성사 여건도 성숙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북한은 전날과 이날 잇달아 외무성 당국자 명의의 담화를 내고 대북 적대 행위가 지속되는 한 당분간 미국의 협상 재개 제안을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접촉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실무 협상부터 재개돼야 한다는 비건 대표의 메시지가 방한 기간 북한을 향해 발신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19일 미 싱크탱크 행사에서 “북미 양측 모두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 협상을 향한 문은 열려 있다”며 실무 협상을 조속히 시작하자고 북한에 촉구한 바 있다. 최근 북미 정상 간 친서 교환이 이뤄지면서 현재 한미 측에서는 조만간 실무 협상이 개시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제법 커진 상태다.
비건 대표는 30일 경기 평택시 미군 오산 공군기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으로 돌아갈 때 함께 떠날 계획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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