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북부 수역 제철 맞아 北소형 어선 수백척 출몰… 해경 “3개국 뒤섞이면 식별 불가”
동해안은 지금 오징어 잡이가 제철을 맞았다. 근해는 물론 먼 바다에 우리 어선뿐 아니라 중국, 심지어 북한 어선까지 가세해 치열한 ‘오징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중에서도 특히 북한 어선의 출몰이 두드러지고 있다. 기근과 아프리카 돼지 열병으로 식량난이 심각해진 탓에 먹을 거리를 찾아 필사적으로 동해 북부해안에 모여있는 오징어 어군을 따라 남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고성수협과 어민 등에 따르면 현재 동해안 최북단 북방한계선(NLL) 인근 수역에서 조업 중인 북한 어선만 적게는 수백척, 많게는 1,000여척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와 정보당국은 지난 15일 강원 삼척항으로 ‘정박 귀순’한 북한 목선도 이 무리에 섞여 있다가 어업 지도선을 피해 남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어선은 20~30톤 규모인 우리 채낚기 어선과 달리 대부분 작은 목선으로 집어등 없이 주낙이나 그물로 오징어를 잡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척항에 정박한 배처럼 북한 어선은 주로 낮에는 엔진을 끄고 먼 바다나 NLL 이북에서 표류하다 해가 지면 남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게 어민들의 얘기다.
박인봉(66) 오징어 채낚기협회장은 “식량난과 함께 북한 당국이 중국에 어업권을 팔아 넘겨 자국 수역에서 쫓겨난 어선들이 대량으로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장에선 5~7월이 북한 어선의 동해 NLL침범이 가장 많아 긴장이 높을 때라고 말한다. 동중국해에서 있던 오징어떼가 동해 북부 수역으로 이동, NLL 인근에 어장이 만들어지는 시기다.
실제 해양경찰에 따르면 올 들어 동해 NLL을 넘어온 선박 60여척 가운데 상당수가 이 시기에 출몰했다.
앞서 23일 동해 NLL인접 북쪽 해상에 북한 어선 수십여 척이 나타나 해군이 경계를 강화하기도 했고, 심지어 지난 22일에는 7명이 탄 북한 오징어 잡이배가 독도 북동방 지점까지 내려와 퇴거됐다.
이 시기에는 군과 해경도 해상 경계에 어려움을 토로한다. 최근 전역한 군 관계자는 “우리 어선과 북한, 중국 고깃배까지 1,000여척이 해상에 뒤섞여 있으면 우리 군함과 해경함정이 모든 선박을 식별하기 어려워지고 이번처럼 경계 사각지대가 발생, 삼척항 ‘정박귀순’처럼 어이없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동해 연안에 오징어 씨가 마르자 북한 어선은 한일 공동수역인 대화퇴에도 나타나 일본 해상자위대의 물대포를 맞고 퇴거하는 일도 잦아졌다. 박 회장은 “대화퇴 해역에서 북한 목선을 목격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는 만큼 우리 어선 보호를 위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성=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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