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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질라처럼 스스로 파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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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질라처럼 스스로 파멸하고 있다”

입력
2019.06.28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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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역을 파괴하는 영화 속 괴물 고질라. ‘사쿠라 진다’의 두 저자는 자기 파괴로 치닫는 일본의 모습이 고질라와 닮았다고 꼬집었다. 우주소년 제공
일본 전역을 파괴하는 영화 속 괴물 고질라. ‘사쿠라 진다’의 두 저자는 자기 파괴로 치닫는 일본의 모습이 고질라와 닮았다고 꼬집었다. 우주소년 제공

일본은 왜 제국주의 시절 저지른 숱한 만행을 반성하지 않는 걸까. 군국주의로 회귀하려는 일본의 야욕은 실현될 수 있을까. ‘사쿠라 진다’는 폭주하는 일본을 비판하는 대담집이다.

일본의 대표적 지성인 우치다 다쓰루(69) 고베여자대 명예교수와 ‘영속패전론’을 발표하며 젊은 논객으로 떠오른 시라이 사토시(42) 교토세이카대 총합인문학과 교수가 ‘천황제’ 등 금기를 들추며 일본 사회 문제를 정면으로 파헤친다. 반골 기질 가득한 두 사람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행동하는 지식인들이다.

두 사람은 현재의 일본을 ‘고질라’에 빗댄다. 일본 괴물 영화의 주인공인 고질라가 일본 열도를 무참히 파괴하듯, 일본인들이 스스로 나라를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에서다. 두 사람에 따르면 일본인은 극단적인 자기 파멸 본성을 지녔다. 어떤 문제가 있으면 조금씩 고쳐가기 보다 아예 다 부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길을 택한다. 두 사람이 보기에 지금의 일본은 스스로 무너지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내셔널리즘과 우경화를 등에 업고 탄생한 아베 정권은 파국을 앞당기는 불쏘시개다.

일본의 자기 파괴 본성은 뒤틀린 전후 체제에서 시작된다. 70년 전 일본은 태평양전쟁에서 패했지만, 패배를 부인했다. ‘왜 졌는지’에 대한 복기 작업은 방기했다. 반성이나 성찰은 없었다. 패전을 이끌었던 국가 지도자들은 자신에게 돌아올 책임을 피하기 위해 ‘미국의 위성국’이 되는 길을 택했다. 일왕도 예외는 아니었다. 미국의 속국을 자처하면서 패전을 교묘히 감춘 전략이었다. 이는 “대미 종속으로, 대미 자립을 이루겠다”는 이율배반적 신념으로 포장됐다. 미국의 보호 속에 일본은 고도의 경제성장을 구가했고, 한국과 중국에 대한 사죄와 반성은 외면했다.

그러나 냉전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구 소련이 사라지자 일본은 미국이 챙겨야 하는 나라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일본의 위상은 공산주의를 막아낼 최후의 방어선이 아니라 미국을 위해 봉사하는 속국에 머물렀다. 중국과 한국은 일본이 함부로 대할 수 없을 만큼 국력이 커졌다.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일본뿐이었다. 일본은 자기 편을 들어주지 않는 미국을 원망하고 탓하면서도 미국에서 벗어날 길은 찾지 못하는 분열적 상황에 처했다. 끝내 일본이 찾은 출구는 전후 체제 이전으로의 복귀다. 평화헌법을 뜯어 고쳐 전쟁 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려는 것이다.

두 저자는 일본 시민의 각성만이 일본을 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세계 시민의 사고 방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진정한 사과는 그 출발이다. 대담집이 일본에서 출간된 것은 2015년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의 폭주는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사쿠라 진다

우치다 다쓰루ㆍ시라이 사토시 지음ㆍ정선태 옮김

우주소년 발행ㆍ320쪽ㆍ1만5,000원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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