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한 앞사람이 미처 가져가지 않은 현금 10만원을 그 자리에서 즉시 돌려주지 않았다면 절도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절도 혐의로 기소된 이모(39)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씨는 2017년 11월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은행의 자동화코너에서 피해자가 ATM 안에 꺼내가지 않은 1만원권 10장을 가져간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돈을 두고 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피해자가 ATM으로 되돌아와 이씨에게 돈의 행방을 물었는데도 모른 척 했다. 분실신고를 받은 은행이 범행을 확인한 뒤 이미 집에 돌아간 이씨에게 수 차례 연락을 취하자, 이씨는 그 다음 날 밤 11시 53분쯤에야 경찰에다 “현금을 보관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씨는 “부동산 3건 등 상당한 재산을 소유하고 있어 10만원을 훔칠 이유가 전혀 없고, 밤새 다른 일을 하느라 바빠서 늦게 신고를 하게 됐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피고인이 재산 상태 등은 절도의 고의 내지 불법영득의사와 무관하다”며 “사건 발생 이후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습득 이후 빨리 경찰에 신고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2심도 “당시 ATM 바로 옆에 콜센터에 연락할 수 있도록 전화기가 비치돼 있었음에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현금에 대한 불법영득의사가 있었음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결이 맞다고 봤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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