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부터 은행에 가지 않고도 미성년 자녀의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된다. 내년엔 은행에서 신분증 없이 지문과 같은 생체인증으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27일 금융위원회는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관련 규제 188건 가운데 150건(79.8%)을 개선하기로 밝혔다.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금융당국과 전문가, 핀테크 업계 등은 민관합동 규제개혁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혁신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조사해 그해 12월 금융위에 규제 188건의 개선 필요성을 건의했다.
금융위는 미성년자와 법인의 경우 대리인이 비대면 실명확인을 통해 계좌를 틀 수 있도록 하반기 중 ‘비대면 실명확인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부모가 법정대리인 자격으로 시중은행이나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미성년 자녀의 계좌를 대신 개설할 수 있게 된다. 법인도 법인대표뿐 아니라 대표가 지정하는 대리인에게 계좌 개설 자격이 부여된다.
은행에선 생체정보를 통한 실명확인이 가능해진다. 소비자가 한 번만 실명확인을 하고 생체정보를 등록하고 나면, 이후엔 신분증 없이 지문, 정맥 등을 이용해 간편하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는 금융실명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 내년 시행될 전망이다.
자동차를 사고로 수리해야 할 때 온라인상에서 부품 가격을 조회ㆍ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소비자가 수리비나 자동차보험료 산정에 불이익을 당할 여지도 줄어든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연내 보험업법 및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스피커를 이용한 금융거래가 활성화되도록 인증ㆍ보안 기준도 하반기에 마련된다.
금융위는 이 밖에 △금융회사의 핀테크 기업 100% 출자 허용 △벤처ㆍ창업투자조합의 핀테크기업 투자 허용 △로보어드바이저 활용 투자일임업 자본금 완화 △지정대리인 절차 간소화 등의 규제 완화 건의도 수용했다. 금융위는 규제 44건에 대한 개선은 이미 완료됐으며, 96건은 하반기 내 법령 개정이나 유권해석 등을 통해 순차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10건의 규제를 개선할 방침이다.
건의 사항 가운데 규제 필요성이 있어 수용하기 어려운 38건에 대해서는 중장기과제로 두고 대안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금융위는 하반기에 핀테크 랩이나 금융규제 샌드박스 참여기업을 직접 찾아가 현장의 규제 건의사항을 적극 수렴할 계획이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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