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관인 국가안보국(NSA)이 지난해 가을 부적절한 방법으로 미국 내 통화기록 상당량을 수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SA는 특히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통화기록 수백만건을 자체 폐기하고도 수개월 만에 또 다시 이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에 따르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정보자유법에 따른 공개 청구 소송을 통해 NSA가 지난해 10월 일정 분량의 통화기록을 수집한 사실을 파악하게 됐다고 밝혔다. NSA가 얼마나 많은 자료를 모았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ACLU는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이번에 우리가 입수한 문서들은 NSA의 감시 프로그램이 법 테두리 내에서 작동하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종결돼야 한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ACLU의 국가안보프로젝트 담당 변호사인 패트릭 투미는 “문서들은 감시 프로그램이 구제불능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줄 뿐”이라며 “NSA의 통화기록 수집은 너무 광범위히고, 프로그램의 가치가 거의 없다는 증거도 있다. 이런 감시 권력을 NSA 수중에 맡길 만한 정당성이 없다”고 밝혔다.
NSA는 2015년 이후 수백만 건의 통화ㆍ문자메시지 교신 기록에 대한 메타 정보를 모은 뒤 폐기한 바 있다. 이 메타정보에는 통화ㆍ문자메시지의 내용은 없지만, 발ㆍ수신자와 통화 시간 등은 포함돼 있었다. 지난 2013년엔 NSA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NSA의 무차별 도ㆍ감청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시행된 애국법 조항이 미국자유법으로 대체됐는데, NSA의 통화내용 도ㆍ감청은 줄었음에도 통화ㆍ문자메시지 통신기록은 NSA 고유 프로그램을 통해 여전히 수집되고 있는 상태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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