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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백년 구미공단, 노ㆍ사ㆍ민ㆍ정 손잡고 르네상스

입력
2019.07.0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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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창출로 위기극복… 신산업 창출 등 체질개설 절실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 구미시 제공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 구미시 제공

공단 조성 50주년을 맞은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이 구미형일자리 사업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산동면 일대에 조성중인 5공단에 LG화학 전기차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유치, 구미공단 르네상스의 기폭제로 삼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인구 2만 도시가 50년만에 43만으로

구미공단은 1969년 9월 조성인가를 받은 뒤 지금까지 건설중인 제5단지를 포함해 총 면적 3,799만9,000㎡, 상시종업원 9만 5,000여 명의 내륙최대 수출산업단지로 성장했다. 1970~1980년대는 섬유ㆍ전자 산업, 1990년대 전자ㆍ가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모바일ㆍ디스플레이, 2010년 이후 차세대 모바일ㆍ의료기기ㆍ자동차부품업체가 주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공단 조성 초기 인구 2만여명에 불과하던 구미시는 공단 조성이 한창이던 1978년 시로 승격했고, 1995년엔 모태인 선산군과 합친데 이어 6월 현재 인구 43만여명으로 성장했다.

1980년대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내 한 기업체에서 전자제품을 조립하는 여성근로자. 한국일보 자료사진
1980년대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내 한 기업체에서 전자제품을 조립하는 여성근로자. 한국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구미공단은 현재 위기다. 초ㆍ중기엔 삼성 금성(LG) 대우 코오롱 제일합섬 등 섬유 전자 관련 대기업의 생산거점으로 국내 수출산업을 견인했다. 지금은 이들 대기업이 해체되거나 생산거점을 재편하면서 공단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대기업 탈출… 수출ㆍ고용 급감 위기

수출은 2013년 367억달러를 정점으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해 259억달러로 준데 이어 지난 5월 수출액은 17억1,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20억9,900만 달러보다 19%나 줄었다.

입주업체 수는 205년 2,102개, 2016년 2,152개 2017년 2,372개, 2018년 2,322개로 완만하게 늘지만 상시종업원은 2015년 10만2,240명에서 2016년 9만5,901명으로 10만명이 무너진 뒤 지난해는 9만419명으로 계속 줄고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몇 년 새 삼성과 LG 등 대기업이 해외로 공장을 옮기면서 이자조차 내지 못해 경매에 넘어간 중소기업이 수두룩하다”며 “일자리가 줄고 청년들이 지역을 빠져나가 지역경제가 추락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구미형 일자리 사업은 저조한 5공단 분양률을 높이고, 침체한 구미공단의 구세주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미시 등에 따르면 2012년 착공한 5공단은 산동면 일대 933만7,000㎡ 부지에 1조7,000억원을 들여 조성중인 대형 국책사업이다. 1공단에 이어 가장 크다. 하지만 지난해 8월부터 1단계 376만㎡에 대한 분양에 나섰지만 5월 현재 분양률은 22%에 불과하다.

구미형 일자리로 돌파구… 5공단 활력 기대

LG화학이 전기차배터리 양극재 공장 건립을 위해 요청만 부지는 16만5,000㎡. 전체 분양면적에 비해 크지 않지만 협력업체 등을 고려하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한국도레이도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 생산을 위해 LG화학보다 더 많은 25만㎡의 부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5공단 입주업종도 당초 7개업종에서 16개로 확대돼 분양률이 급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LG화학에 구미형 일자리 제안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한다”며 “LG화학뿐만 아니라 관련 기업들도 5공단으로 유치해 기업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광주형 일자리에서 논란이 된 임금 문제는 구미형 일자리에선 없을 전망이다. LG측은 다른 공장과 같은 임금체계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LG화학 측은 지난 17일부터 구미시에 협상팀을 파견했다. 현지실사와 더불어 경북도, 구미시와 실무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내달 중순 노ㆍ사ㆍ민ㆍ정 협상을 비롯해 구미시와 조인식을 가진다는 계획이다.

구미시는 LG화학이 구미로 올 경우 투자유치 보조금을 비롯해 각종 세금 감면과 부지 제공 방안, 인력 확보, 사택 건립 등 정주여건 개선과 공장입주에 따른 다양한 복지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상생형 일자리로 대기업중심 구조 극복해야

하지만 구미공단 르네상스를 위해선 구미형일자리 사업을 계기로 대기업과 이에 종속된 협력업체 중심의 산업구조를 혁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구미 지역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업체수로는 공단 전체에서 3%에 불과하지만 전체 매출의 83%, 수출의 91%를 차지하고 있다. 한두 기업만 잘못돼도 공단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00년대 초 LG디스플레이가 경기 파주로 생산거점을 옮기고, 2009년 삼성이 베트남에 휴대폰 공장을 지으면서 구미공단의 위상은 급전직하한 것이 방증이다.

최근 한국산업인력공단 대구경북본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두희 한국산업연구원 지역정책연구실장은 “생산기능 위주의 공장만 있는 지역은 기업이 언제든지 해외로 이전할 수 있다”며 “산업구조 고도화와 연계협력을 통해 위기에 공동 대처하고 상생형 지역 일자리 창출을 통해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미시는 구미공단이 주력업종 경쟁력 약화와 글로벌 교통인프라 등 정주여건 부실, 산업 위주의 정책으로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최근 구미비전2030 계획을 수립해 급변하는 국내외 정책 및 여건등 패러다임에 대응할 필요성과 지속 가능한 전략을 마련했다. △구미형 일자리 △공단 혁신성장 △청년 희망 △더 큰 구미 △열린 구미 △스포츠 관광육성 △힐링테마 구미 △문화융합 △스마트 구미 △넉넉한 농촌만들기 △에너지 구미 구현 등 12대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또 시는 대기업 미래먹거리 산업 유치와 수출 전진기지 시너지 역활을 할 대경 통합공원 구미인근 지역 이전, KTX 구미역 정차등 구미 시민들의 정주여건 조성에 온 힘을 쏟을 계획이다.

구미공단의 체질개선 등을 위해 홀로그램 기술개발사업, 홈케어가전 혁신지원센터 등 8대 신산업을 집중 육성키로 했다. 제조혁신, 근로자 친화환경 조성, 미래형 산단을 반영해 구미 산업단지의 자생적 성장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구미형 스마트 사업단지 조성과 1단지 재생사업을 통해 노후 산단 구조고도화 사업과 구미 상생형 일자리 창출을 통하여 100년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민주노총도 구미형일자리 사업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일배 민주노총 구미지부 사무국장은 “지역 경제와 국가 경쟁력 강화 및 구미공단 상생형 일자리가 창출에 노동자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투명하게 진행된다면 협상에 참여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구미공단 조성 50주년을 맞아 다양한 신산업이 구미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을 선도적으로 구축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추종호기자 choo@hankookilbo.com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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