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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성장모델”… 자동차ㆍ수소경제에 ‘사우디 머니’ 9조원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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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성장모델”… 자동차ㆍ수소경제에 ‘사우디 머니’ 9조원 풀었다

입력
2019.06.26 17:58
수정
2019.06.26 19:4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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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함마드 왕세자 방한… 산업구조 개편 위해 한국에 구애 

 에쓰오일ㆍ현대重ㆍ현대차 등 아람코와 MOUㆍ계약 8건 체결 

문재인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오른쪽)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부총리가 2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에쓰오일(S-OIL) 복합 석유화학시설 준공기념식'에 참석, 관련 영상을 함께 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오른쪽)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부총리가 2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에쓰오일(S-OIL) 복합 석유화학시설 준공기념식'에 참석, 관련 영상을 함께 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한 세대 내에 성공적 변환을 성취한 마지막 사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정 목표 달성을 위해 협력해 달라.”

2016년 4월 국가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을 발표한 무함마드 빈 살만 당시 사우디 부왕세자는 같은 해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장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이렇게 요청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사우디가 추구하는 성장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비전 2030은 사우디의 경제 구조를 석유산업 중심에서 제조업과 관광, 보건의료, 정보통신기술(ICT) 중심으로 개조하려는 산업 정책이다. 한국전쟁으로 무너진 경제기반을 되살려 경공업ㆍ중공업 등 제조업을 연착륙 시키고, 첨단산업으로 경제 구조를 바꾼 한국의 발전 정책을 사우디는 ‘롤모델’로 삼은 것이다.

2017년 부왕세자에서 왕세자로 승격해 사우디의 실세가 된 무함마드 왕세자가 26일 한국을 처음으로 찾아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했다. 이날 청와대 공식 오찬에 국내 4대 기업 총수들이 모두 참석한 것은 한국의 경제 발전 모델을 이식하려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사우디 왕세자 방한은 21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양국이 사우디의 비전 2030 성공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두 나라가 협력하기로 한 분야는 제조업과 미래유망기술을 아우른다. 한국과 사우디 정부는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자동차와 수소경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들은 세계 최대 석유회사이자, 사우디 국영기업인 아람코 등과 석유화학ㆍ로봇ㆍ수소차ㆍ선박엔진 분야에서 총 83억 달러(약 9조6,200억원) 규모의 양해각서(MOU) 및 계약 8건을 맺었다.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한국을 롤모델로 삼았던 사우디가 제조업 기반을 키우고, 미래기술 경쟁력도 높일 목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강화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가 비전 2030 관련 협력 업무를 담당할 ‘비전 현실화 사무소(VRO)’를 한국에 개설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우디는 비전 2030 중점 협력국으로 한국과 일본, 미국, 중국, 인도 등을 지정했고 내년 1분기에 한국과 일본에 가장 먼저 VRO를 설치할 방침이다.

양국 정부는 자동차 분야에서 △친환경차 기술협력 △자동차 부품개발 △사우디 진출 관심 기업 발굴, 수소경제 분야에선 △수소생산ㆍ저장ㆍ운송 기술협력 △수소차와 연료전지, 충전소 보급 및 활용 등에 대해 협력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번 MOU로 친환경ㆍ내연기관 자동차, 수소 에너지 공급망 확보, 수소 연료전지 등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중동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산업구조를 개편하려는 사우디와 새로운 시장 개척이 필요한 한국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민간 협력 분야 ‘큰 손’은 사우디 재정의 70% 가량을 책임지는 아람코였다. 아람코는 에쓰오일이 2024년까지 울산 온산공장 인근 40만㎡ 부지에 짓기로 한 스팀크래커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SC&D) 설비에 60억 달러(약 6조9,400억원)를 투자한다. 이 시설은 에틸렌(연간 150만톤) 등 석유화학 원재료와 페트병, 장난감, 이불솜 등을 만드는데 쓰이는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을 생산한다. 현대중공업은 2021년 완공 목표로 아람코와 짓고 있는 사우디 소재 킹살만 조선소 안에 선박엔진공장을 건설하기로 계약 했다. 4억2,000만 달러 규모다. 현대차는 아람코와 수소에너지 및 탄소섬유 소재 개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MOU를 맺었다. 아람코는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수소전기버스를 사우디에 도입, 실증 사업을 실시하고 보급 확대 가능성을 타진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아람코와 석유화학 연구개발(R&D) 협력 확대 MOU를 체결했다. SK가스는 사우디 석유화학기업인 APC의 자회사인 AGIC와 함께 각각 18억 달러를 투자해 사우디에 프로필렌과 PP 생산 공장(각 연간 75만톤 생산)을 짓기로 MOU를 맺었다.

재계 관계자는 “사우디 정부의 비전 2030에 발맞춰 원유 생산•판매가 전체 사업비중의 90%가 넘는 아람코 역시 첨단 혁신산업을 추진하는 대변신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이후 열린 청와대 오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와 기업인이 대거 참석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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