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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은의 비극’ 8년 지났지만… 예술인 실업급여 올해도 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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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은의 비극’ 8년 지났지만… 예술인 실업급여 올해도 감감

입력
2019.06.27 04:4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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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국회 전경. 홍인기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 전경. 홍인기 기자

“쌀이나 김치를 조금만 더 얻을 수 없을까요.”

영화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가 극심한 생활고를 암시하는 메모를 품은 채 32세의 나이에 숨진(2011년 1월) 지 8년이 지났다. 당시 최씨의 죽음을 계기로 예술인들을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서 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는데, 무엇보다 작품 준비기간 동안 실업급여 보장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대두됐다. 문재인 정부도 국정과제 중 하나로 예술인에 대한 실업급여 보장제도를 제시했지만, 국회 파행으로 올해도 시행되지 못할 전망이다.

26일 고용노동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고용보험에 예술인과 특수고용형태근로자(특고 노동자)가 의무 가입하게 하는 고용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이 7개월째 국회 계류 중이다. 개정안이 통과돼 내년부터 예술인이 고용보험에 의무 가입하면 2년 후인 2022년부터는 연간 약 5,000명이 넘는 예술인들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예술인은 특정 회사와 근로계약을 맺은 경우만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업예술인 중 프리랜서 비율이 76%에 달했고 고용보험 가입률은 24.1%에 불과했다. 이는 2015년(25.1%)보다 오히려 줄어든 수치다. 예술인의 고용보험 의무가입이 시행되면 근로계약이 아닌 프리랜서로서 프로젝트 별 납품계약으로 얻는 수입에 대해서도 고용보험 가입과 납부가 가능해지며, 이직 전 24개월 중 9개월 간 보험료를 납부했다면 계약 종료로 수입이 없어졌을 때 실업급여 신청 자격이 생긴다.

예술인들은 8년을 기다려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 답답함을 호소한다. 이씬정석 뮤지션유니온 위원장은 “예술인들을 사회안전망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게 고용보험법 개정 취지인데 국회가 (개정안) 통과는커녕 심의도 안하고 멈춰있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당장 법안이 통과돼도 시행령도 만들고 실질적으로 제도가 정착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릴 텐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는 하소연이다. 올해 들어 환노위는 고용노동소위원회를 6번 밖에 열지 않았고 그마저도 다른 쟁점 법안을 심의하느라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조만간 환노위 일정이 잡히더라도 ‘붉은 수돗물’ 사태 등 다른 내용만 심의하다 끝날 가능성이 높고, 당장 내년 4월이 총선이라 이번 20대 국회에서도 예술인 실업급여 법안은 물 건너 갈 공산이 크다.

국회 공전으로 막힌 고용보험 관련 법안은 또 있다. 당장 7월부터 주 2일 이하 또는 주 15시간 미만으로 근무하는 초단기 근로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지급하려던 정부 계획도 미뤄졌다. 관련 고용보험법 개정안(정부안)이 지난 3월 상임위에서 의결됐는데 국회 본회의가 제대로 열리지 않아서다. 해당 개정안은 실업급여 지급 수준을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인상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정원호 고용부 고용보험기획과장은 “국회가 열리면 최대한 올해 안에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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