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 추구 BPW청주클럽
다음달 2일 청주서 여성음악제
클라라 슈만부터 박영희까지
유리천장 깬 열정ㆍ예술혼 공감
그들 지지한 남성음악가도 조명
양성평등 주간(7월 1~7일)을 맞아 세계적 여성작곡가들의 작품과 예술혼을 재조명하는 여성음악제가 충북 청주에서 펼쳐진다. 무대는 7월 2일 오후 7시 30분 KBS청주 공개홀에서 열리는 ‘클라라에서 영희까지’이다. 이 행사는 전문직여성(BPW)청주클럽(회장 권오성)이 유리천장을 깬 여성작곡가 클라라 슈만(1819~1897)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했다. 여기에 청주 출신 재독작곡가 박영희(74)의 작품 세계와 활약상을 널리 알리자는 의미도 담았다. 그래서 음악회 제목을 ‘클라라에서 영희까지’로 정했다. BPW청주클럽은 “시대의 편견과 차별을 이겨낸 여성작곡가들의 삶과 사상을 그들의 작품을 통해 풀어놓는 무대”라고 했다.
음악회는 에델 스미스의 ‘혁명의 시작을 알리다’로 막을 올린다. 영국에서 태어난 스미스는 여성작곡가이자 여성 참정권 운동가로 이름을 떨쳤다. 투옥 생활 중 그가 작곡한 ‘여성들의 행진’은 여성사회정치동맹(WSPU)의 주제곡이 됐다. 공연에선 그의 현악 5중주 중 ‘스케르쪼’를 통해 음악회 주제인 양성평등의 메시지를 던진다.
본 공연에서는 클라라 슈만의 대표곡인 ‘3개의 로맨스’, 박영희의 ‘별빛 속에서’, 릴리 불랑제의 ‘야상곡’을 들려준다. ‘3개의 로맨스’는 클라라 슈만의 예술적 기량이 가장 돋보이는 곡으로 유명하다. 클라라 슈만은 남편(로버트 슈만)이 정신분열증을 앓아 경제적 활동까지 책임져야 하는 힘든 시기에 이 곡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파안 영희’란 이름으로 유럽에서 활동중인 박영희는 세계적 명성을 얻은 한국 최초의 여성작곡가이다. 그는 자신의 음악에 한국적 정서를 결합한 작품으로 현대음악의 새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청주가 낳은 인물이다. 청주 도심에서 태어나 초ㆍ중ㆍ고교를 청주에서 나왔다. 통합청주시 출범 당시 청주시민의 노래를 작곡했고, 통합청주시 1호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별빛 속에서’는 한국 초연작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이번 공연에서는 시대적 편견에 맞선 여성작곡가들을 예술가로 평가하고 지지했던 남성 음악가들의 노력도 조명한다. 브람스의 피아노 사중주 1번 4악장 ‘집시풍으로’를 비롯해 거쉰의 ‘섬머타임’, 피아졸라의 사계 중 ‘여름’을 연주한다. 브람스는 클라라 슈만에게서 커다란 영향을 받았다. 작품마다 클라라에게 조언을 구했으며, ‘집시풍으로’는 브람스와 클라라의 협력으로 탄생한 곡이다. 거쉰과 피아졸라는 프랑스 현대 음악사에 족적을 남긴 나디아 불랑제(릴리 블랑제의 언니)가 키워낸 음악가이다. 이들 남성 거장은 나디아를 ‘음악가들의 음악가’로 칭송하고 있다.
BPW(Business & Professional Women)는 1930년 미국 변호사 레나 매드손 필립스 박사가 스위스 제네바 국제회의에서 제안해 창설한 여성단체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이 단체는 정치적 이념이나 인종ㆍ언어ㆍ종교에 치우침없이 세계 전역에서 여성의 삶을 변화시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세계 110개국 40여 만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1987년 발족한 BPW청주클럽은 50여명의 회원들이 양성평등과 청소년 진로지도, 차세대 여성리더 양성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남녀 임금차별 금지를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캠페인에 참여하는 등 여성권익을 높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BPW청주클럽은 지난 5월 박영희 작곡가를 초청해 ‘우리 여성들은 과연 몇 개의 삶을 살고 있는가’란 강연회를 개최, 박씨와 인연을 맺었다.
권오성 회장은 “이번 음악제는 여성작곡가들의 위대한 삶과 음악에 귀 기울이는 동시에 젠더 갈등이 심한 시대에 만국 공통어인 음악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 받자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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