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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성 토마스 효과’와 스토킹

입력
2019.06.26 20: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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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연을 앞두고 살해 협박을 받은 방탄소년단 지민.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미국 공연을 앞두고 살해 협박을 받은 방탄소년단 지민.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계나 연예계의 유명 인사를 셀럽(celeb)이라고 한다. 명성, 부와 함께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운동선수 중에는 류현진 손흥민, 연예계는 방탄소년단 전지현 등이 그런 부류다. 호박즙 곰팡이 사건을 일으킨 ‘임블리’ 부건에프엔씨 상무도 팔로어가 80만명이 넘는 셀럽이었다. 스마트폰 발달로 ‘디지털 셀럽’도 흔해졌다. 상당수가 혐오 마케팅을 배경으로 막말을 하면서 악명을 높이고 있다. 이들의 말이나 행동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 셀럽은 셀러브리티(celebrity)의 줄임말이다. 셀러브리티의 라틴어 어원은 ‘명성’과 ‘군중이 모여 있다’는 뜻을 가진 셀러브렘(celebrem)이라고 한다. ‘celere’는 신속하다는 뜻이기 때문에 celebrity는 한 개인과 그의 명성이 잠깐 존재하다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이 용어가 학계에서 주목을 받은 것은 1956년 C. 라이트 밀스가 ‘파워 엘리트’를 발간했을 때다. 밀스는 배우 등 셀럽 인사들을 정치인 기업인 군고위층과 함께 권력을 독점하는 지배계급이라는 차원에서 과감하게 파워 엘리트에 포함시켰다.

□ 셀럽에 대한 팬들의 과잉 열정이 말썽을 빚기도 한다.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은 미국 공연을 앞두고 살해 협박을 받았고, 2017년에는 걸그룹 에이핑크가 유사한 일을 당했다. 스토킹은 광범위하게 발생한다. 이 같은 현상은 ‘성 토마스(St Thomas) 효과’와 관련이 있다. 크리스 로젝의 저서 ‘셀러브리티’에 따르면 원하는 물체에 다가가 만지고, 사진을 찍어 인증하려는 충동이다. 예수의 부활을 강력히 부인했던 토마스는 예수의 몸에 난 못 자국 상처를 손으로 만지기 전까지 예수의 존재를 끊임없이 의심했다고 한다.

□ ‘고독한 땅콩(lonely nut) 이론’도 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나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암살을 설명했던 이론이다. 병적인 망상을 가진 외톨이들의 범행이었다. 일반인들에게도 스토킹은 매우 위험하다. 흔히 스토킹을 ‘살인의 전조(前兆)’라고 할 정도다. 진주 방화살인 사건 피해자는 스토킹에 시달리다 참변을 당했다. 하지만 스토킹은 경범죄라 범칙금 8만원을 부과하는 게 고작이다. 해외에서는 중범죄로 취급해 징역형까지 받는다. 피해자가 속출하는데도 스토킹을 심각한 범죄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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