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6일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한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34) 왕세자 겸 부총리와 회담을 하고 양국 경제ㆍ안보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양국은 10조원 규모의 경제협력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이날 공식 오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그룹 총수와 최고 경영진들이 대거 참석해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오쯤 청와대에서 공식환영식을 진행한 뒤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을 하며 “사우디는 우리의 제1위 원유 공급국이자 제1위 해외건설 수주국이고, 또한 중동 내 우리의 최대 교역국일 뿐만 아니라 최대의 대(對)한 투자국”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은 기존의 건설ㆍ에너지 분야를 넘어서 정보통신기술, 스마트 인프라 등 신산업 분야, 그리고 국방·방산 등 전략적 분야, 보건ㆍ의료ㆍ교육 등 민생과 직결된 분야 등으로 협력의 지평을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혁신적 포용국가 정책과 사우디 정부가 추진 중인 ‘비전 2030’은 공통점이 많아서 서로 협력할 여지가 매우 많다”며 “양국이 사우디의 ‘비전 2030’ 성공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자 빈 살만 왕세자는 “양국 간의 관계는 역사적이면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양 국민들 간에 오랫동안 이어져 왔던 그런 형제의 관계가 있다”며 “양국 간 기업들이 활발한 활동을 통해서 부가가치를 서로 창출할 수 있는 그러한 전략적이고도 중요한 협력 관계를 계속해서 구축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사우디가 추구하는 경제ㆍ사회 개혁 프로그램인 ‘비전2030’을 언급하며 “투자에 유망한 국가로 변모하기 위해 다양한 계획을 세우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어 “대한민국이 북한과의 대치에 있어서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고, 그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런 평화와 안보에 대한 가치는 두 성지의 수호자이신 저희 살만 국왕님의 리더십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회담에 이어 양국은 자동차 분야와 수소경제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정부 간 양해각서(MOU)2건을 체결했다. 정부 간 MOU 외에 에쓰오일, 현대중공업, SK, 한국석유공사 등 국내 기업과 사우디 왕립기술원,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사우디 석유화학기업 AGIC 등 사우디 기업 간 10조원 규모(83억 달러)의 MOU 및 계약 체결 8건도 이뤄졌다.
정부는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해 극진한 예우를 갖추는 모습이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빈 살만 왕세자를 직접 맞았다. 이 총리가 취임한 이후 직접 공항에 나가 외국 귀빈을 영접한 것은 처음이다. 이 총리는 원래 오전 9시 35분 무함마드 왕세자를 영접하고, 오전 11시 보훈 관련 행사(호국보훈의 달 정부포상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무함마드 왕세자의 귀국 시간이 늦춰져 해당 행사에 불참했다.
정상회담 및 양해각서 서명식이 끝난 이후 가진 청와대 오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와 최고경영진이 대거 참석했다. 사우디가 석유산업을 대체할 성장산업을 찾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과 새로운 사업 기회를 다양하게 논의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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