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보장 및 약관 문제로 논란을 샀던 치매보험이 다음달 초 소비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된다. 대표적으로 보험금을 받기 위해 요구됐던 뇌영상검사가 사라져 분쟁 소지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런 취지로 치매보험 약관 중 치매 진단 기준을 변경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일부 보험사들이 약관에서 치매로 인정받아 보험금을 받으려면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등 뇌영상검사 결과를 기초로 의사가 진단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교적 증상이 심하지 않아 일상생활이 가능한 경증치매(CDR척도 1)의 경우 뇌영상검사에서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보험 가입자 입장에서는 경증치매에 걸려도 보험금을 못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런 문제가 있자 지난 3월 금융당국은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민원ㆍ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약관이 적정한지 검토하는 감리에 들어갔다.
감리 결과에 따른 금감원의 개선안(잠정)에 따르면, 앞으로 치매 진단은 ‘의사가 객관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검사 및 그 결과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기초로’ 이뤄질 뿐 뇌영상검사 등 특정 검사의 실시를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신경과ㆍ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소견만 있으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금감원은 지난주 생명ㆍ손해보험업계와 회의를 열고 이런 방침을 공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각 보험사 의견을 최종 수렴하는 단계”라면서도 “전문가인 의사가 치매라고 판정했음에도 보험사가 이를 거부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개선안을 일종의 ‘표준약관’처럼 만들어 모든 보험사가 참고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미 판매된 기존 상품도 보험사들이 개선안을 기준으로 약관 문구를 고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소급 적용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아직 치매 보험금이 실제 지급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치매보험의 보험료 수준을 놓고도 금융당국은 합리적인지 점검하고 있다. 보험료 대비 보험금이 과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대다수 보험사들은 치매보험 판매에 열을 올렸다. 고령 사회 진입에 따라 ‘실버시장’이 성장한데다 최근 치매를 다룬 드라마들이 TV에 집중 방영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보험사들은 종전에는 보장하지 않던 경증치매에 대해서도 수백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중증치매의 경우 사망 때까지 생활비를 지급하는 파격적인 상품도 나왔다. 그런데 일부 치매보험 상품들은 손해율 악화 우려로 재보험사의 인수가 거부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보험사는 자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 할 때를 대비해 재보험사가 보험금을 대신 줄 수 있도록 재보험 계약을 맺는데, 재보험사가 “너무 위험하다”며 계약을 거부한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학기술 발달로 가입자의 생존기간이 늘어난 상황에서 종신까지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들은 보험사의 리스크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아직까진 문제가 없지만 치매 발병이 본격화하는 수십년 뒤엔 보험금 지급이 어려운 곳도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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