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경북ㆍ전북ㆍ충북 공동 운영
삼도봉 의료ㆍ문화 행복버스
지난달 25일 오전, 오지마을인 충북 영동군 상촌면 흥덕리 경로당에 버스와 트럭이 들어서자 지역 주민들이 금세 몰려들었다. 의료진을 태운 행복버스와 대형 스크린을 장착한 문화트럭의 인기는 그랬다. 의료진은 이내 혈당이나 혈압, 당뇨 등의 기본 검사와 더불어 주민들의 불편사항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 주민들은 문화트럭의 대형 스크린으로 유명 가수인 ‘나훈아 콘서트’를 보면서 지루함도 달랬다. 민주지산인 삼도봉 기슭 마을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삼도봉 의료·문화 행복버스’는 산골마을 주민들에겐 반가운 손님인 셈이다. 손님 맞이도 푸짐했다. 이날 오전 진료 이후, 마을회관에선 약주와 안주 등으로 즉석 마을잔치까지 열렸다. 방원식(72) 흥덕리 이장은 “50여명이 거주하는 마을에 행복버스가 들어올 때가 가장 북적거린다”며 “이날은 진료도 받을 수 있고 기다리는 동안 영화도 볼 수 있어 잔칫날”이라고 흐뭇해했다.
삼도봉은 경북 김천시, 전북 무주군, 충북 영동군 3개 도에 걸쳐 있는 봉우리다. 지리산 삼도봉은 전북과 전남, 경남이 마주하고 있다. 하루 평균 2대의 버스만이 다녀가는 이곳에서 시작된 ‘삼도봉 의료·문화 행복버스’ 사업은 3개 시·군이 공동 운영 중이다. 2016년 지역행복생활권 선도사업으로 선정되면서부터 선보였다. 행복버스는 김천시가, 문화트럭은 무주군이 맡고 있다. 사업비는 김천시 40%, 영동·무주군이 각각 30%를 부담한다. 국비 지원이 중단되더라도 계속 운영하겠다는 복안이다.
지원 대상은 삼도봉 접경지역 3개 시·군 9개면, 177개리, 60개 권역 주민들이다. 무료 진료와 상담, 임상병리검사, 영상의학검사, 유소견자 관리 등 삼도봉 지역에 건강 증진과 문화 혜택이 제공된다. 간호사만 상주 중인 보건진료소에서도 5㎞나 떨어진 이 마을의 위치적 특성이 감안된 조치다.
효과 검증도 끝났다. 고가의 의료장비를 공동 운영하면서 예산 절감과 함께 서비스 질까지 높일 수 있어서다. 행복버스와 문화트럭은 김천은 월·목요일에, 영동은 화요일, 무주는 수요일에 각각 운행된다. 삼도봉 문화트럭을 운행하는 박재범 무주군 문화관광과 주무관은 “이제는 방문하는 마을마다 주민들이 먼저 보고 싶은 영화를 말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그동안 행복버스는 몇 개 마을을 묶은 권역별로 연간 2차례 정도 방문했다. 2016년 90회, 2017년 134회, 지난해 120회,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운행할 방침이다. 행복버스 이용객도 적지 않다. 지난해까지 연인원 1만3,464명을 진료한 가운데 기본 검사는 연인원 5만836명, 임상병리검사 3,134명, 영상의학검사 434명, 유소견자 465명 발견 등의 성과를 냈다.
행복버스엔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골밀도 측정을 비롯해 초음파 검사, 심전도, 흉부 X-선 촬영, B형 간염, 소변 검사 등이 가능한 장비가 탑재돼 있다. 의사 1명, 간호사 3명, 임상병리사 1명, 방사선사 1명, 운전기사 1명, 실무 담당자 1명 등을 합쳐 모두 8명이 동승한다
‘삼도봉 의료·문화 행복버스’의 주행거리도 늘어날 전망이다. 손태옥 김천시보건소장은 “진료와 문화서비스를 함께 제공해 주민만족도가 매우 높다”며 “의료·문화 행복버스의 핵심은 예방과 관리인데,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다양한 문화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영동=글·사진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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