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신생아팀 집중치료ㆍ수술 통해 아이 생명 구해
어머니 정향선씨(사진 왼쪽)가 전호삼 아기를 안고 주치의인 정의석 교수와 함께 퇴원을 앞두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선천성 횡경막 탈장증을 갖고 태어난 1㎏도 안 되는 초미숙아(이른둥이)가 76일간 집중치료를 받고 부모의 품으로 돌아갔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신생아팀(김기수ㆍ김애란ㆍ이병섭ㆍ정의석 교수)은 임신 27주 5일 만에 900g의 초미숙아로 태어난 전호삼(남) 아기가 25일 수술과 치료과정을 이겨내고 건강을 회복해 퇴원했다고 26일 밝혔다.

선천성 횡격막 탈장증이란 가슴 안의 심장과 폐를 뱃속의 소화기 장기들로부터 분리해주는 횡격막에 선천적으로 구멍이 나 있는 질환이다. 배 속의 장기가 횡격막의 구멍을 통해 밀려 올라와 심장과 폐를 압박하므로, 폐가 제대로 펴지지 않아 호흡 곤란이 오고 심장 기능도 떨어지게 된다. 선천성 횡경막 탈장증은 신생아 2,000~3,000명 당 1명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8년 국내 출생아수 32만 명을 기준으로 100여명이 선천성 횡격막 탈장증을 갖고 출생한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소아외과학회지 보고에 따르면 현재까지 왼쪽 선천성 횡격막 탈장증을 갖고 태어나 생존한 미숙아 중 가장 작은 아이의 체중은 960g으로 알려져 있다. 호삼이는 그보다 60g이 적은 900g의 체중으로 힘든 수술과 치료과정을 극복한 것이다.

호삼이 어머니 정향선(38)씨는 임신 7개월 때 임신중독증이 발병해 인천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졌고, 치료 과정에서 아기와 산모가 모두 위험해질 수 있어 임신 27주 5일째인 지난 4월 11일에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고 호삼이를 출산했다. 호삼이는 출생 직후 숨을 쉬지 않고 심장도 뛰지 않아 심폐소생술을 받았고, 소생 후 시행한 검사에서 산전 초음파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왼쪽 선천성 횡격막 탈장증을 확인하고 집중치료를 위해 곧바로 서울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졌다.

호삼이의 치료과정은 험난했다. 일반적으로 선천성 횡경막 탈장증 수술은 호흡부전을 치료하기 위해 인공호흡기와 인공 심장인 ‘에크모’(ECMO, 체외막산소요법) 치료를 해야 한다. 그러나 1㎏ 미만의 초미숙인 호삼이는 혈관이 너무 얇아 주사 바늘(카테터)을 삽입할 수 없어 에크모 치료조차 불가능했다. 이에 서울아산병원 신생아팀은 인공호흡기 치료를 통해 적절히 산소 농도를 유지하면서 태아 상태를 점검했다.

위기도 있었다. 호삼이는 장기가 모두 가슴 안으로 들어가 있어 모유를 정상적으로 먹을 수 없었다. 대신 중심 정맥관을 통해 주사 영양제를 투여했는데 이 영양제를 해독하기 위해 간의 부담이 커졌고, 이 때문에 담즙 정체와 장 폐색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호삼이는 이 모든 과정을 다 이겨내고 태어난 지 40일이 되던 5월 20일, 체중이 1,530g으로 늘었다. 소아외과 남궁정만 교수는 구멍 난 횡격막을 막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1주일 후 인공호흡기를 빼고 스스로 숨을 쉬기 시작했고, 입으로 모유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회복됐다. 호삼이는 체중이 2.4㎏까지 불었고, 이달 25일 보통의 신생아들처럼 부모님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중국인이지만 한국에서 20년간 무역업을 하면서 두 아이를 낳아 키웠다”는 어머니 정씨는 “셋째 아이가 감당할 수 없는 큰 질환에 걸려 절망했지만 서울아산병원의 도움으로 아이가 건강을 회복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호삼이의 주치의인 정의석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교수는 “현대 의학기술로도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오랜 치료와 전문성을 갖춘 의사와 간호사들이 힘을 합쳐 아이를 살린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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