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폐지됐어야””최소한의 안전장치 필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열린 제18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PC게임에 적용되는 결제 한도 50만원 제도가 도입 16년 만에 폐지된다는 소식에 여론이 들썩이고 있다. 이 결정으로 성인은 게임 아이템을 50만원 넘게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게임 관련 소비가 늘어나 산업이 성장할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게임의 사행성을 부추길 것이라면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부는 26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어 이러한 내용을 담은 '서비스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우선 성인을 대상으로 한 PC게임 결제 한도를 없애기로 했다. PC게임 결제 한도는 2003년 월 30만원으로 처음 설정됐다. 온라인게임이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 탓이었다. 게임 결제 한도는 2009년 50만원으로 상향 조정됐지만, 그 동안 PC게임 업계는 결제 한도가 따로 없는 모바일게임에 비해 역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해 왔다. 이날 정부의 발표에 따라 향후 관련 내용을 담은 ‘등급분류 규정 일부 개정안’ 시행령이 통과되면, 성인은 결제한도 제한 없이 게임 콘텐츠를 구입할 수 있게 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진작 폐지됐어야 하는 낡은 규제”였다며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게임의 사행성 때문에 결제한도 규제가 시작된 상황에서 그나마 있던 '안전장치'가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게임이용자보호시민단체협의회는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에서 결제 한도 폐지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온라인게임 성인결제 한도 폐지는 게임중독 확산을 반대하는 다수 국민들의 뜻에 반하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규제를 풀어 게임사의 매출을 지켜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들 단체는 “아무리 게임산업을 진흥시켜야 할 책무가 있는 부처라 할지라도 국민을 게임중독으로 몰아넣으면서 돈만 벌겠다는 무책임한 게임회사들의 앞잡이가 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며 "청소년 결제 한도 폐지 또한 당연한 수순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반응도 엇갈렸다. 게임 결제 한도를 폐지한다는 소식에 SNS에는 “내 돈 주고 게임도 내 맘대로 못 사는 게 애초에 말이 안 됐다” “게임의 결제 한도를 정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었다”는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반면 일부에서는 게임의 사행성이 더욱 짙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사행성 확률형 아이템 패키지 구매를 지속적으로 유도하는 모바일게임의 제한이 필요한데 PC게임 50만원 해제라니. 게임으로 인한 폐해가 사회문제로 나타날 것” “게임에서 50만원도 적으니 더 쓰라는 건 빚 내서 (게임)아이템 사라는 건가”라는 등이다. 또 “우리나라 게임은 아이템을 안 사면 게임을 못하게 한다”며 “결제 한도가 폐지되면 양질의 게임 콘텐츠 개발은커녕 이용자를 빨아먹기 위한 현금 아이템 출시에만 혈안이 될 것”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게임업계에서는 결제 한도 폐지에 따른 후속 보완책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자 스스로 한도를 정할 수 있는 '자가 결제 한도 설정' 등이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개인별 소비 패턴에 맞는 한도 설정을 스스로 정하도록 해 성인 이용자가 합리적인 게임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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