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군에 대해 절대적 호감을 갖고 있던 필자도 지금껏 가져왔던 군에 대한 신뢰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정도다. 최근 연쇄적으로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우리 군에게 더 이상 지킬 명예도 없다는 위기감을 갖게 한다.
현재 정국을 흔들고 있는 북한 목선 귀순에 대한 은폐ᆞ조작 의혹은 군을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대북 경계는 완전히 풀려 있고 국가안보의 최후 보루인 군이 국민을 속이는 일을 당연한 듯이 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국민의 군대인 국군이 국가와 국민이 아닌 청와대 눈치만 보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국방부 장관은 조직과 부하들이 아닌 위만 바라보는 사람이라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하니 앞으로 영(令)이 제대로 설지 의문이다. 이 거짓으로 인해 군은 향후 몇 년 간은 모든 발표에서 국민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노력해야 이 거짓으로 인한 국민들의 변화된 시선을 원점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지 암담하다.
역설적으로 이 발표가 한심한 것은 군이 거짓말을 할 능력도 없는 조직이라는 것을 보여준 점이다. 국방부와 합참에 해군 장교들이 포진해 있음에도 여름 해류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않았고, 기상청 홈페이지만 봐도 나와 있는 지역별 파고조차 조사하지 않은 채 그런 거짓 발표문을 적었으니 금방 들통 나지 않으면 이상한 노릇이다. 실제로 당일 동해 평균 파고는 0.5m, 삼척 앞바다 파고는 0.2m에 불과했음에도 파고가 1.5~2m라서 탐지하지 못했다는 어이없는 거짓말을 했다. 전쟁은 모든 요소를 고려해 작전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장관과 합참의장 등 최고위급 지휘관들의 주관 하에 15일 당일 대책회의를 했고, 언론 발표 직전에도 언론 대응을 위한 대책회의를 했다는데 이런 기초적 고려사항조차 지적하지 못하는 무능 집단이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조사결과 23사단의 해상탐지 레이더에 선명히 탐지된 기록이 있는데 그 목선을 적발하지 못했다는 것은 레이더를 제대로 안보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또 해군의 P-3C 해상초계기가 불과 4km 상공을 비행했는데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냥 드라이브 수준의 비행만 했다는 결론이다. NLL 북쪽의 대규모 북한 어선단이 조업하면 간첩선 등이 그곳에 섞여 있다 내려 올 수 있는데, 우리 군함들이 근처에 가보지도 않았다는 것 아닌가. 이런 군에게 어떻게 우리 생명을 맡길 수 있나.
지난 6월초 발생한 7군단장 해임 청원 사건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도 충격적이다. 우리 군이 보이스카웃보다 못한 집단이라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530여명의 대대원이 23kg의 완전군장 후 40km 행군을 하는 훈련에서 230명이 아프다는 핑계로 빠지고 참석자는 300명에 불과했다. 그 중 180명은 컨디션이 안 좋다는 이유로 소총만 든 단독군장 상태였고, 120명의 완전군장 군인 중 100명은 신문지나 PET병으로 채워진 속임수였다고 한다. 530명 중 불과 20명만 제대로 완전군장을 하고 훈련에 나온 이 부대를 다시 훈련시킨 지휘관을 ‘갑질’을 한다고 해임 청원하는 이런 군을 우리가 어떻게 믿나. 많은 장군들이 인사 시즌마다 ‘작전 전문가’ ‘용장’ 등의 수식어를 달고 영전하는데 실상은 이따위 부대를 만들어 놓고 내가 최고 지휘관이었다고 거들먹거린 셈이다.
이렇게 땅에 떨어진 군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군대를 이 지경으로 만든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수뇌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에게 사죄함과 동시에 사퇴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경계를 소홀히 한 관련자들과 거짓에 가담한 자들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또 전체적으로 해이해진 기강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 후 얼마가 걸릴지 모르지만 부단한 노력으로 국민에게 진심을 보여줘야 한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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