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국제 엠네스티는 지난달 인도네시아의 대선 불복 시위에서 경찰이 최소 5명을 고문했다고 주장했다.
26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국제 엠네스티는 이날(현지시간) 발표한 ‘고문 피해자 지원 국제기념일’ 보고서에서 “5월 21~23일 인도네시아 대선 불복 시위 중 자카르타 도심의 선거감독위원회 건물 근처에서 고문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검증을 거친 조사와 신뢰할 수 있는 소식통과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인도네시아 경찰이 지난달 23일 오전 5시30분쯤 도심의 한 주차장에서 적어도 5명을 고문하고 학대했다는 것이다.
국제 엠네스티에 따르면 이들 5명은 주차장에서 선거감독위원회 건물 앞까지 끌려갔으며 그곳에서 체포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모여있다가 차에 실려 자카르타 경찰청으로 이송됐다. 우스만 하미드 국제 엠네스티 인도네시아지부 국장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5월 21~23일 발생한 사건을 공개한다”라며 “인도네시아는 고문과 다른 잔혹행위에 대한 유엔협약을 비준한 만큼 경찰이 상응하는 책임을 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경찰 당국은 피해자 5명 중 한 명이 경찰에게 구타당하는 동영상이 유포되자, 해당 경찰관에 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나머지 4명 중 한 명은 경찰의 엄중한 감시 하에 경찰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고 알려졌다. 그의 여자친구는 “폭도라는 이유로 직접 접견은 허락이 안되고 중환자실 유리창 너머로만 남자친구를 볼 수 있다”고 현지 매체에 말했다.
4월 17일 치러진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의 최종 결과가 지난달 21일 조코 위도도(조코위) 현 대통령의 10%포인트 차 승리로 확정되자 야권 후보 프라보워 수비안토 그린드라당 총재 지지자들은 거리로 나와 대선 불복 집회를 열었다. 집회가 방화 및 화염병 투척, 투석 등 밤샘 폭력 시위로 변질되자 경찰이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최소 8명이 숨지고 700여명이 다쳤다. 경찰의 고문으로 숨진 사람도 있다는 얘기가 떠돌고 있다.
한편 프라보워 총재가 지난달 말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대선 불복 소송의 결과는 당초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진 27일 발표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군경 4만7,000여명을 자카르타 중심부에 배치할 계획이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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