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살면서 겪게 되는 한국과 다른 ‘편리함’이 있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지 않아 아무렇게나 박스에 넣어 버리고, 전기요금이 한국보다 저렴해 한여름에 에어컨을 눈치 보지 않고 틀어대는 것이다. 살인적인 아파트 월세와 천정부지로 치솟은 교육비, 서울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싼 물가, 제멋대로 끊어대는 인터넷 등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지뢰가 사방에 수두룩하지만 그래도 엘리베이터에서 국물이 흐르는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는 수고만큼은 덜었다. 물론 환경을 생각하면 분리수거 미시행과 과다한 에너지 사용은 편리하다고 방치할 일은 아니다.
편하지만 환경오염을 심화하는 이러한 중국 생활은 그러나 조만간 큰 변화를 겪게 됐다. 7월 1일부터 상하이(上海)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강제 시행하면서다. 중앙정부의 지시가 아니라 지방정부가 법으로 구체적인 책임과 처벌의 근거를 명확히 정해 실시하는 첫 사례다. 주민이 쓰레기를 뒤섞어 버릴 경우 최대 200위안(약 3만4,000원), 기업이 위반하면 5만위안(약 860만원)의 벌금을 물린다. 중국은 2000년 상하이와 함께 베이징(北京), 난징(南京), 항저우(杭州), 꾸이린(桂林), 광저우(廣州), 선전(深圳), 샤먼(廈門) 등 8개 분리수거 강제시행 시범도시를 선정했고, 2008년 하계 올림픽을 치르면서 반짝 관심이 고조됐지만 처벌조항이 애매한 탓에 흐지부지됐다. “말로만 외치던 쓰레기 분리수거가 마침내 제도화ㆍ법치화의 단계에 올라섰다.” 중국 매체들의 평가다.
중국인 1인당 하루 평균 쓰레기 발생량은 1.2㎏에 달한다. 0.8㎏ 수준인 서구 선진국보다 1.5배 가까이 많다. 허울뿐인 분리수거가 뒷전으로 밀린 사이 쓰레기는 매년 10% 이상 꾸준히 늘고 있다. 수도 베이징의 경우 매일 2만6,000톤의 생활쓰레기가 버려진다. 2017년 한 해 동안 수도권매립지로 반입된 서울지역 생활쓰레기가 34만톤인 것에 비춰볼 때 엄청난 규모다. 중국은 ‘쓰레기 왕국’의 오명을 벗고자 지난해부터 해외에서 들여오는 쓰레기를 전면 금지해 빗장을 걸어 잠갔다. 이제 국내에서 쓰레기 발생을 꾹꾹 눌러 억제하려는 것이다.
급기야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전면에 나섰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연일 군사용어를 동원해 결사항전을 부르짖던 지난달 4일 뜬금없이 ‘쓰레기 분리수거에 관한 중요 지시’가 인민일보 1면을 가득 채웠다. 시 주석은 “분리수거는 사회문명의 수준을 반영한다”며 “과학적 관리와 장기적 메커니즘, 광범위한 교육지도사업을 통해 대중의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사활을 걸고 맞붙는 일촉즉발의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지만, 무역전쟁 와중에도 신경 써서 챙겨야 할 만큼 쓰레기 처리가 절박하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중국은 성(省)과 현(县) 사이의 행정구역인 지급시(地级市) 이상 도시 293곳에서 올해 안에 쓰레기 분리수거를 전면 시행하고, 2025년까지 전국적으로 처리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청정대국으로 탈바꿈하려는 중국이 또 다른 대장정의 첫 발을 뗐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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