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먼저 핵 내놓기엔 불안 여전… 대선정국 美도 상황관리가 우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1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북한 방문을 마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환송하고 있다. 사진은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2일 공개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2월 말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뒤 교착 중인 북미 비핵화 협상이 곧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양측 정상 간 친서 교환 등 긍정적으로 볼 만한 신호들이 최근 잇달아 포착되면서다. 하지만 상황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우호적 분위기 이면의 대립각이 아직 첨예한 형국이어서 설령 대화가 복원된다 해도 단기에 급물살을 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일단 물꼬는 트인 모양새다. 외교부는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에 제출한 현안 보고 자료에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긍정적인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며 그 근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친서를 주고받고 상대방 친서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점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앞둔 시점에 북한이 대화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 △이희호 여사 별세 때 김 위원장이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편으로 조화와 조의문을 전달했다는 점 등을 꼽았다.

그러나 제스처만 유화적일 뿐이라는 분석도 상당하다. 우선 촉진자 역할을 자임한 것처럼 보이는 중국이 정말 미국에 협조적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 사정에 밝은 한 외교 소식통은 “무역 전쟁에서 자국이 수세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줄곧 미국 달래기에 매진하던 중국 쪽 기류가 5월 중순쯤부터 확 바뀌었다”고 전했다. “갈수록 요구 수준을 높이는 미국에 더 이상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중국 내부에서 커졌고 그 결과가 미국 눈치 보느라 미뤄왔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지난주 방북”이라는 것이다. 이로 미뤄 중국이 북한을 상대로 비핵화를 설득하는 데 힘을 쏟기보다 대북 영향력을 과시하며 북한을 대미 협상력 강화를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려 할 공산이 크다고 관측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반전을 도모하는 건 북한도 마찬가지다. 협상을 깰 뜻이 없어도 미국이 체제 안전 보장을 제공하지 않는 한 선뜻 핵을 내놓기가 불안한 게 북한의 처지다. 그런 터에 중ㆍ러가 뒷배가 돼 준다면 자연스럽게 북한의 대미 협상력은 커지게 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현재 북한은 미국을 통한 플랜A를 유지하려 하지만 플랜B 준비도 병행하고 있는 듯하다”고 했다. 플랜B는 중ㆍ러를 새로운 비핵화의 파트너로 삼는 우회로다.

미국 입장에서 협상 복원은 교착 국면 장기화를 염두에 둔 상황 관리 성격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의 근심은 북한이 핵ㆍ미사일 도발을 재개해 자기 업적을 망가뜨리고 재선 가도를 험난하게 만들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다. 북한이 궤도만 이탈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일단 안심인 셈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핵을 버리겠다는 김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 없이 실무 협상에서 비핵화가 다뤄질 수 없고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 갑자기 바뀔 가능성도 희박한 만큼 기존 협상 구조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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