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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호가 누구죠” “어제 마신 술 깬줄 알아” 정신 못차린 음주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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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호가 누구죠” “어제 마신 술 깬줄 알아” 정신 못차린 음주운전

입력
2019.06.25 17:46
수정
2019.06.25 20:28
2면
0 0

[윤창호법 시행 첫날 153명 적발]

“술 한잔만 해도 걸린다” 홍보에도 면허정지 57명, 취소는 93명 달해

“정신은 멀쩡””대리가 안 와서…” 단속 강화에도 안전불감증 여전

[저작권 한국일보] ‘윤창호법’ 시행 첫 날인 25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신길로에서 경찰들이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개정법은 면허정지 기준을 0.03%, 취소는 0.08%로 각각 강화됐다. 오대근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윤창호법’ 시행 첫 날인 25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신길로에서 경찰들이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개정법은 면허정지 기준을 0.03%, 취소는 0.08%로 각각 강화됐다. 오대근기자

“어제 마신 술이라, 다 깬 줄 알았지 뭐예요.”

25일 새벽 1시 52분 서울 영등포동 영등포공원 앞 편도 2차선 도로. 하얀색 스쿠터를 타고 가던 A(29)씨는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음주측정 요구를 받았을 때 헬멧을 벗던 A씨는 자신만만했다. 영등포역 인근 유흥가에서 술을 마신 뒤 서울 대림동이나 경기 시흥 방향으로 빠져나가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길이라 평소 단속이 자주 있던 곳이었다. 이날 A씨는 술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

하지만 입에 가져다 댄 음주감지기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깜빡였다. 경찰관들이 순식간에 A씨를 에워싸고 스쿠터 키를 빼앗았다.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인근 순찰차로 이동한 A씨는 “정말로 마시지 않았다”며 연신 입을 물로 헹궈댔다.

음주 단속 기준을 강화한 ‘윤창호법’ 시행 첫날, ‘무슨 술이건 딱 한잔만 마셔도 걸릴 수 있다’ ‘그제 어제 마셨더라도 술이 덜 깼으면 아예 운전대를 잡지 말라’는 경고가 줄이었음에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는 이들은 여전히 많았다.

호흡측정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95%.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이전 기준으로는 면허정지(기존 0.1% 이상이 면허취소)였겠지만, 강화된 법 시행에 따라 더 강한 처벌을 받게 됐다. 그러고 보니 A씨는 친구와 소주 10잔을 마셨다. 다만 “술을 마신 지 14시간 이상 지났고, 그 사이에 잠을 자고 커피까지 마셨기 때문에 술이 다 깼을 거라 생각”했을 뿐이다. 단속 경찰관은 “어제든 엊그제든 술을 마셨으면 완전히 깨기 전에 운전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A씨는 결국 채혈측정을 요구하며 경찰차에 올라 인근 지정 병원으로 이동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윤창호법' 시행 첫날인 25일 새벽 서울 영등포경찰서 교통안전계 외근2팀 소속 경찰관이 음주 단속 결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박진만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윤창호법' 시행 첫날인 25일 새벽 서울 영등포경찰서 교통안전계 외근2팀 소속 경찰관이 음주 단속 결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박진만 기자

비슷한 시각, 서울 청담사거리에서도 양주 2잔을 마신 B(35)씨가 0.11% 수준으로 단속됐다. B씨는 “오늘부터 단속이 강화되는 지 몰랐다”며 “정신이 멀쩡하지만 술을 못 하는 체질이라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코너링만 했을 뿐”이라고 연거푸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새벽 0시 18분쯤에 하얀색 벤츠 승용차를 몰던 C(37)씨의 측정결과도 0.096%,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자정 넘어 운전하셨기 때문에 개정된 ‘윤창호법’ 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경찰의 설명에 B씨는 “윤창호가 누군지도 몰라요”라고 대꾸하기도 했다. 하지만 측정 결과가 나오자 순순히 받아들였다. C씨는 “회식 때문에 맥주 3잔을 마신 뒤 대리운전을 불렀지만 50분 동안 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500m 정도 운전했다”며 “솔직히 ‘오늘은 괜찮겠지’ 하는 마음에 운전대를 잡았고 잘못 했으니 벌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대대적 홍보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날 0시부터 오전8시까지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 이들은 전국적으로 153명이었다. 시간당 19명 꼴이다.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03~0.08% 미만은 57명,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은 93명이었다. 3명은 측정 거부자였다.

윤창호법 시행으로 면허정지 기준만 높아진 건 아니다. 처벌 상한도 ‘징역 3년, 벌금 1,000만원'에서 '징역 5년, 벌금 2,000만원'으로 높아졌다. 음주단속 적발 횟수에 따른 면허취소 기준도 종전 3회에서 2회로 강화했고, 음주운전으로 사고사망을 냈을 경우 운전면허 결격 기간을 5년으로 두는 내용도 새로 담겼다.

영등포경찰서 조영일 경위는 “예전에는 체질이나 그날 컨디션에 따라 술을 한 두잔 마신 정도로는 훈방 조치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기준이 강화되면서 이제는 전부 단속에 걸린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함께 단속하던 이동현 경위도 “조금 마신 정도로는 운전해도 된다는 생각을, 한 잔이라도 마셨으면 절대 안 된다는 생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이날 적발된 운전자들 대부분은 여전히 “한 잔 정도는 괜찮겠지 하다 단속됐다” “강화된 단속 기준을 잘 몰랐다”며 단속 경찰관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경찰은 앞으로 두 달간 전국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실시하기로 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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